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부터 사퇴까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내정부터 사퇴까지

기사승인 2009-07-14 23:43:00
"
[쿠키 사회]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 검증의 벽을 넘지 못하고 14일 자진사퇴한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술한 자기관리에서 비롯된 각종 의혹에도 떳떳하지 못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 후보자가 사임한 직접적이고 결정적 배경은 후보자 내정 이후 꾸준히 제기됐던 고가 아파트 의혹이었다. 무리하게 거액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경위를 둘러싸고 시작된 의혹은 자금 출처와 지인과의 거래, 그 밖에 여러가지 의혹으로 번져나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문제는 천 후보자가 지난 3월 시가 28억여원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이츠파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23억5000만원을 빌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15억5000만원, 처형으로부터 3억원, 동생으로부터 5억원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거액을 빌려 고가 아파트를 샀다는 사실 자체가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스폰서' 의혹에다 고급 승용차의 리스 경위는 물론 15억5000만원을 빌려준 박씨 부부와 함께 두차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온 의혹, 면세점에서 호화쇼핑까지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당초 천 후보자가 대검 공안과장과 서울지검 공안부장, 대검 공안기획관을 거치는 등 공안통이라는 점을 야권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으로 보고 대비해 왔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한나라당에서조차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고위 공직자에 천 후보자가 맞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천 후보자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개인의 도덕성 문제 역시 현 정부가 강조하는 친서민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천 후보자는 13일 인사청문회 직후부터 용퇴를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뒤 천 후보자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검찰내부는 물론 외부 여론도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검장급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천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천 후보자가 이를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총장에 임명되더라도 부정부패 척결을 최대 기치로 내걸고 있는 검찰을 제대로 지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올초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용산참사, MBC PD수첩 사건 등 민감한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일약 총장 후보자로 발탁된 그는 결국 내정 23일 만에 검사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무리하게 됐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두툼한 해명자료와 금융거래내역서까지 언론에 발표하면서 천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적극 해명했지만 대세를 뒤집기는 힘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뭔데 그래◀ 사랑이라는 이름의 구속…김연아 아이스쇼 파문, 어떻게 보십니까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남혁상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