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대한민국 경찰은 조회 중이다. 불심검문과 수배 차량 조회에 사용하는 휴대용 조회기 사용 건수가 한달에 7000만건을 넘었다.
경찰은 범죄 예방을 위한 검문 활동 강화가 반영됐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수배 조회를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불심검문 대상자를 ‘죄를 범하였거나 또는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15일 본보가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경찰의 휴대용 조회기 사용 현황에 따르면 2005년 3월 626만3245건이던 월 조회 건수는 지난 5월 7797만7960건까지 치솟았다. 휴대용 조회기는 수배자, 수배차량, 면허번호, 운전면허증 사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장비다. 주민등록번호, 차량번호를 입력하면 수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현재 1만2000여대가 지구대를 중심으로 배치돼 있다.
경찰은 휴대용 조회기 사용이 범죄 예방, 수배자·수배차량 검거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무전기로 연락해 조회하던 불심검문이나 차량을 일일이 세워서 검문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휴대용 조회기로 현장에서 수배 여부를 즉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회수 급증에 대해서는 조회기 보급이 확대된 데다 조회 항목이 늘어나 활용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지휘관들이 조회기 사용을 독려하면서 무의미한 조회 건수 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경찰청은 각 지방경찰청, 경찰서 단위로 범인 검거를 강조하면서 조회 건수를 실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간부급 경찰관은 “조회기 사용은 목적이 아니라 범죄자를 잡기 위한 수단인데 일부는 조회 건수 자체를 실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안전계에서 근무하는 다른 경찰은 “한달에 조회 건수 30건을 못 채우면 조회기를 재배치하는 등 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다”고 토로했다.
무차별적인 수배 조회는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높다. 경찰청 인권위원을 지낸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치안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인구 5000만명이 안되는 나라에서 월 7000만건을 조회한다는 것은 경찰이 저인망식으로 훑고 있다는 증거”라며 “국민 전체를 무차별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회 내역이 경찰 전산망에 5년 동안 남는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이 조회기에 입력한 주민번호와 차량번호 등은 해당 경찰서 전산망에 저장되고, 경찰은 필요에 따라 이를 다시 열람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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