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스토리의 힘…부천FC 對 U.맨체스터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스토리의 힘…부천FC 對 U.맨체스터

기사승인 2009-07-19 17:30:01

[쿠키 스포츠] 폭우 속 2만3320명,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스토리’의 힘이었다.

19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 부천FC 1995(부천FC)의 정민(32) 운영팀장은 “장대비였지만 아무도 지붕 밑에서 비를 피하지 않았죠”라며 텅빈 운동장을 거닐며 전날 경기의 여운을 즐겼다.

전날 저녁 부천종합운동장에서는 부천FC와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유맨) 간의 친선 경기가 있었다. 경기는 3대 0으로 부천FC의 승리로 끝났지만 승부는 별로 중요치 않았다. 두 팀은 아픈 과거를 희망과 성공 스토리로 바꾸고 있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존재 자체가 승리의 역사이다.

부천FC는 지난 2006년 부천SK가 연고지 이전을 선택해 제주도로 떠나자 서포터스들이 힘을 모아 탄생시킨 시민구단이다. 부천SK가 떠났을 당시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했던 정 팀장은 “모니터를 잡고 키보드에 머리를 대고 통곡했었죠”라며 당시 심정을 얘기했다.

그러나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의기투합한 서포터스들은 잡상인, 사기꾼 등 온갖 비아냥을 감수하며 100여 군데 기업체들을 돌며 설득하러 다녔다. 결국 몇몇 기업과 지역 상인들의 도움으로 3부 리그 격인 K3리그에 속한 팀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축구 외 생업을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매 경기 평균 2000여 명의 유료 관중이 입장하는 당당한 흑자 구단이 됐다.

잉글랜드 7부 리그 유맨도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미국 자본에 넘어가는 것에 반발한 지역 서포터스들이 뭉쳐 만든 구단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맥주 한 잔과 함께 노동에 지친 몸을 기댔던 ‘스토리’가 배어 있는 맨유였기에 미국 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되는 것을 아프게 지켜봤었다.

이날 부천FC-유맨전 공식 관중 2만3320명은 같은 날 벌어진 K리그 경기 중 최다 관중을 기록했던 경남-포항전 1만6852명을 가볍게 뛰어넘는 수치였다. 같은 시간대 벌어졌던 K리그 경기는 생중계가 없었으나 부천FC-유맨전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TV에서 생중계가 이뤄졌으며,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에서도 조명하는 등 국내 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또 다른 성공 스토리를 만든 부천FC 선수들은 생업으로 유맨 선수들은 고국으로 돌아갔다. 두 팀의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 되길 기원한다. 부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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