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안승규 한국전력기술(KOPEC) 사장은 1000여명의 부하 직원들과 마주 앉았다. 취임 1개월을 맞아 마련한 ‘3통(通)의 장’시간. 서로 간에 말(言)과 뜻(意)과 마음(心)이 모두 통하게 만들어보자는 소통의 자리였다. 안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3일 동안 사업 확대에 대한 구상부터 기술혁신 과제, 업무능력 계발 등을 주제로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고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다. KOPEC 관계자는 “조직내 원활한 의사소통을 통해 마음을 열고 신뢰를 쌓는 것이 곧 경영 효율화를 이끄는 밑거름”이라며 “앞으로도 매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환경’기술혁신이 경영혁신 지름길
KOPEC은 원자력 및 화력, 수력 및 복합화력 발전소의 설계 뿐아니라 이와 관련된 각종 기술개발, 기술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대표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다. 최근 들어 화력 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 고유가 등의 여파로 ‘친환경’ 발전소가 각광받으면서 KOPEC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 뿐아니라 국제 사회의 성장 모토가 ‘친환경·저탄소 녹색성장’으로 방향을 틀면서 KOPEC도 기술 개발 및 혁신을 통해 발빠른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KOPEC은 지난 23일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탈황·탈질 설비 해외사업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세계 60여개국의 영업망을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을 통해 KOPEC이 개발한 ‘코녹스(KoNOx)’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코녹스는 발전소를 운영할 때 발생하는 불필요한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등 유해 가스를 걸러내는 촉매로 KOPEC이 5년 전 자체 개발한 신기술 제품이다. KOPEC 관계자는 “한국형 녹색환경 기술을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기술 혁신과 더불어 경영 혁신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OPEC은 이와 함께 발전소에 에너지 회수용 열교환기 관련 설비를 설계·설치하는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으로 연간 98억5000만원 가량의 연료비를 절감하고 1만5000t의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고 있다.
경영환경 및 IT 정보기술 변화 등 대내외적인 환경변화에 따른 대비도 경영 혁신의 핵심 과제다. KOPEC은 이 분야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종합설계 과정 전반을 관리하는 실시간 프로젝트 ‘통합정보관리시스템(IPIMSTM)’을 활용해 설계 품질을 한층 높였다. 최근에는 ‘3차원 설계’(CIE) 방식을 도입,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조직 슬림화로 혁신 내실 다지기
KOPEC은 지난해 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경영혁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사업확대, 기술선도와 더불어 중장기 경영혁신 목표로 내건 ‘효율성 제고’를 통해 성과 중심의 경영, 작고 강한 조직, 투명·윤리 경영을 달성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KOPEC은 전문 기관이 실시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기존의 5개 본부를 3개 본부로 축소했다. 산하 처(또는 실) 조직은 19%, 팀 조직은 33%까지 줄였다. 이어 각 부서간 기술서비스 경쟁을 유도해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켰다.
조직개편 후속으로 이어진 인사에서도 기존 틀을 탈피했다. 33%이상 축소된 팀장직에 대해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공개경쟁을 실시해 전체 팀장 중 63% 이상을 바꿔 조직 쇄신에 앞장섰다. KOPEC은 또 정부의 제3차 공기업 선진화 추진 계획에 따라 기존 지분의 20%를 오는 11월 상장할 계획이며, 추가 20%를 2012년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안 사장은 “2012년까지 정원의 10.2%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면서 비핵심 사업을 축소하고, 우수 인력 우대를 위한 인사와 급여제도까지 개편해 경영 효율성을 10%이상 높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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