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미디어법 후폭풍에 여권이 당황하고 있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이 미디어법 무효화를 기치로 장기 장외투쟁을 선언한 터라 향후 정국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25∼26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오차한계 95%에서 신뢰수준 ±3.1%포인트)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9.7%가 미디어법 통과에 매우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헌법재판소가 법안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48.0%에 달했다. 정당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26.6%와 24.0%로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또 응답자의 57.1%는 박근혜 전 대표가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처신에 대해 '일관성도 없고 명분도 없었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33.6%로 지난달 조사에 비해 2.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5일 전국 80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치러진 'EAI 한국리서치 조사(오차한계 95%에서 신뢰수준 ±3.5%포인트)에서도 이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는 지난달 34.8%에서 4.3%포인트 하락한 30.5%로 나타났다.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대한 역풍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문제는 강도다. 여권은 일단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후나 광우병 파동 당시보다는 거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휴가철에 접어드는 데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개각과 조기전당대회 등을 통한 정국 돌파 카드도 준비돼 있어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들도 27일 처음으로 9월 조기 전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법 재투표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정국은 급변할 수 있다. 만약 '표결 무효' 결정이 내려진다면 메가톤급 후폭풍이 우려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주요 지지기반이었던 40대의 이탈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여권에겐 부정적이다. 미디어법 강행처리가 이들 연령층에게 정부 여당의 불통 이미지를 다시 심어준 결과다.
사퇴가 장기화할 수 있는 점 역시 여권으론 부담이다.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사퇴를 결의한 상황이어서 9월 정기국회가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시민단체들의 시위까지 가세할 경우 10월 재·보궐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치컨설팅 민기획의 정찬수 이사는 "반 MB 세력이 마지막 MB 악법이라고 부른 미디어법 강행 처리로 인해 부정적 여론의 확산은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라며 "다만 10월 재보선과 내년도 지방선거를 향한 각당의 선거전략이 미디어법 파행을 통해 조기에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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