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화는 탈레반의 지능적인 게릴라작전으로 최근 미·영국군의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자국 내 여론이 악화된데다 아프간 지방정부가 탈레반과 휴전협정을 맺는 등 평화 정착 분위기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대화가 작전의 핵심”
지난 5주 동안 탈레반 거점 지역인 헬만드 주에서 ‘표범의 발톱(Panther’s Claw)’ 작전을 성공적으로 끝낸 영국군은 “탈레반 지도층과 대화를 시작하기 적절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사이먼 메이올 중장은 “탈레반 지도층에 영국군과 대화할 여지를 남겼다. 대화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프간 현지에서뿐 아니라 워싱턴과 런던에서도 병력 철수가 논의되고 있다.
리처드 홀브룩 미 아프간·파키스탄 특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좀 더 많은 탈레반 무장세력을 정치적으로 끌어들어야 한다”며 탈레반과의 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영국 외무장관도 27일 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행한 연설에서 온건파 탈레반에 대해 정치적 화해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말리반드 장관은 “무장세력과 화해를 통한 정치적 전략이 필요하다. 탈레반이 싸우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정보기관은 지난 1년간 탈레반 사령관과 대화 창구를 열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여론 악화에 주춤한 서방
28일 공개된 인디펜던트 여론조사 결과 영국 국민 과반수는 아프간에서 승리할 수 없으며, 영국군은 즉시 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프간전에 대한 영국인의 반감은 전날 아프간 남부 지방에서 발생한 폭탄 사고로 영국군 2명이 숨지는 등 이달 들어서만 22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급격히 고조됐다. 미군 역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새로운 아프간 전략에 따라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쳤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사망자 수만 늘고 있다.
이번 전략변화는 아프간 현지 주둔군이 전쟁의 한계를 절감한 상황에서 군사작전 일변도의 전략으로는 아프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북서부 바드기스주 정부는 탈레반과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오는 8월20일 대선을 앞두고 평화정착을 위해 탈레반과의 협상을 강력히 주장해왔으며, 이번 휴전협정 체결을 환영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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