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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박태환에게 2009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쓴 약’이 될 것인가.
박태환은 1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서 열린 남자 자유형 1500m 예선 4조서 15분00초87을 기록하며 조 5위, 전체 9위로 예선 탈락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출전했던 자유형 200m, 400m, 1500m에서 모두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하루빨리 충격을 딛고 훈련 방법 및 계획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을 단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담코치 없이 꾸려져 온 SK 전담팀의 한계, 노민상 감독이 이끄는 대표과 전담팀 사이의 갈등 등 속으로 곪았던 상처를 치료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 다행스럽다. 물론 박태환이 자신의 연습 태만에 대한 반성 없이 수영계의 파벌 싸움을 지적한 것은 경솔했지만 이것 역시 수영계의 고질적 문제라는 점에서 언젠가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현재 대한수영연맹이나 SK 전담팀 모두 이번 대회를 계기로 전담코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박태환의 전담코치 운영 방안 등에 대해 협의가 있을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장린(중국)이 대표팀 내에 자국 전담코치를 둔 상태에서 호주 수영영웅 그랜트 해켓의 스승인 데니스 코터렐에게 꾸준히 지도를 받은 것처럼 박태환도 좀더 세심하고 장기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박태환은 주종목을 선택할 기로에 섰다. 단거리인 200m와 중장거리인 400m, 장거리인 1500m를 동시에 소화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펠프스의 경우 100m와 200m 등 단거리 위주로 출전하고, 장린은 400m와 800m, 1500m에 출전하는 등 박태환처럼 단거리와 중장거리를 모두 욕심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SK 전담팀은 박태환을 중장거리 선수로서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박태환이 올해 미국 전지훈련에서 자유형 1500m의 기록 향상을 위해 지구력 훈련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이 단거리 선수로서 더욱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 같은 차이는 양측의 훈련 방식 차이 및 갈등으로 이어졌다.
박태환은 모든 경기를 마친 뒤 “베이징올림픽 이후 마음이 느슨해져 있었던 같았다”면서 “대표팀에 처음 뽑힌 중학교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목표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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