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탄 아프간 대선후보 “가난한 자 처지 이해”

자전거 탄 아프간 대선후보 “가난한 자 처지 이해”

기사승인 2009-08-03 23:47:00
[쿠키 지구촌] 헐렁한 회색 양복을 걸친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노신사 산긴 모하메드 라마니는 매일 아침 아내에게 인사를 하고 자전거에 오른다. 2주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위해 1인 자전거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서다. 라마니는 아프간의 대통령 후보다. 오는 20일 탈레반 축출 이후 두번째로 치러지는 대선에 나선 41명 후보 중 한명이다. 현직 대통령과 전직 장관들이 즐비한 후보 중 라마니는 가장 가난하고, 가장 이름이 덜 알려진 무소속 후보다.

은퇴한 군 장교인 그에게는 선거 사무실도, 운동원도 없다. 70달러짜리 중국산 자전거와 휴대전화가 선거를 위해 한 투자의 전부였다. 라마니는 일년에 830달러(약100만원)의 군인 연금을 받는다. 그 돈으로는 아내와 자녀까지 7명 가족의 생계조차 빠듯하다. 그래도 돈을 쪼개 얼마 전에는 자신의 사진과 일역을 담은 칼라복사 포스터를 만들었다. 물론 포스터를 나눠주고 붙이는 일은 그의 몫이다.

의욕은 넘쳤지만 울퉁불퉁한 카불의 비포장 도로 위에서 자전거는 두 발만큼의 속력도 내지 못했다. 라마니가 길거리 택시와 전봇대 위에 포스터를 한장씩 붙여나가는 동안, 라이벌 대선 후보들은 헬리콥터와 무장 호위차량을 타고 전국을 순회했다. 그래도 라마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전거로 카불을 돌고, 이웃 주로 원정 캠페인까지 다녀왔다. 그는 “가난한 사람만이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다. 아프간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그 문제를 직접 체험한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그가 힘에 부치는 캠페인을 계속하는 이유다.

정치인들의 수만달러짜리 SUV에 익숙한 카불의 시민들에게 자전거 탄 대선 후보는 호응을 불러왔다. 카불의 가게 점원 파와드는 “국민을 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지지를 표했다. CNN은 “라마니의 시도가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는 모르지만 그의 캠페인은 부패로 가득한 아프간 정치에 대한 상징적 비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라마니가 기대하는 대선은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여부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제사회가 2억2300만달러를 지원하고 치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3일에만 탈레반 폭탄 테러로 12명이 숨지는 등 선거를 앞둔 아프간의 치안은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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