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살인 진압 상황입니다” 쌍용차 도장공장 전쟁터 방불

“여긴 살인 진압 상황입니다” 쌍용차 도장공장 전쟁터 방불

기사승인 2009-08-04 22:01:00


[쿠키 사회]
4일 오후 2시48분 휴대전화 너머로 흐르던 노래가 수십초 만에 그쳤다. 도장공장에 있는 이창근 노조 기획부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이쪽(공장 안) 상황이 너무 심각해 도저히 통화할 수 없다. '살인 진압' 상황이라 안 죽으려면 발버둥쳐야 한다. 죄송하다"며 질문할 틈을 주지 않은 채 끊었다.

오후 7시16분. 4시간20여분만에 다시 연결된 통화에서 이 부장은 "오늘 부상자가 100명이 넘는다. 쇄골이 나간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어 "회사와 대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내일은 정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렵다"고 말했다.

경찰과 사측이 이른 아침부터 강도 높은 진압 작전을 펴면서 공장 일대는 전쟁터로 변했다. 노조는 홈페이지에 시시각각 '전투 상황'을 올렸다. '긴급상황-공장침탈'이란 제목의 글은 시간대별로 경찰 진입 상황을 전하며 공장 밖의 노동계를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의료진은 오후 6시20분쯤 노조원을 치료하기 위해 농성장으로 들어갔다. 공장 진입 과정에서 노조원들에게 붙잡힌 용역업체 직원은 억류 4시간여만에 풀려났다.

농성 중인 노조원들의 가족은 공장 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김모(60·여)씨는 "남편이 걱정돼 회사에도 못 가고 여기에 나와 있다. 남편이 죽느니 사느니 하는데 내 직장이 문제겠느냐"고 했다. 밤새 잠을 못 자고 울었다는 그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경찰의 1차 작전이 종료되자 오후 6시부터 평택공장 정문 앞은 노동계가 장악했다. 하루종일 야당과 노동단체, 각종 시민단체와 대학생 단체의 집회가 이어진 이 곳에 1000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정문 앞 도로를 점령한 채 함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며 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응원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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