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쇠파이프와 각목 대신 망치를 잡았다. 빗자루도 들었다. 투쟁과 절망이 가득했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 작은 희망이 꿈틀거렸다. 7일 오전 11시16분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컴컴한 공장 안에서 걸어나오는 직원들은 쓰레기로 가득 찬 마대자루를 한 아름씩 안고 있었다.
건물 주변마다 스티로폼 더미와 쇳덩이가 차곡차곡 쌓였다. 곳곳에서 망치로 쇠붙이를 내려치는 소리와 쇠톱으로 쇠사슬을 켜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각 출입문으로 잇따라 들어간 밥차는 직원들이 먹을 점심식사를 실어나르고 있었다.
노조의 ‘옥쇄 파업’이 풀리자 쌍용차 직원들은 멈춰버린 공장을 다시 돌리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대치 상황 내내 공장 일대를 점거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이들은 쇠파이프와 각목을 내려놓고 일터로 출근했다. 하루라도 공장을 빨리 가동시키고 차를 만들어 회생계획안 제출 마감시한인 다음달 15일까지 회생능력을 보여주려면 1분 1초가 모자라는 상황이다.
출하운영팀 최원화(34)씨는 “보시다시피 공장이 오랫동안 방치돼 정리할 게 많다. 다들 건물 안에서 청소하느라 손을 놀릴 새가 없다”고 말했다. 공장 후문에서 만난 또 다른 직원은 “노조가 공장 시설은 건드리지 않아 조업을 시작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노조와 경찰이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도장1공장 북쪽 건물에 화재가 나 일부 시설이 훼손됐지만 자동차 생산 라인에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각 공장과 연구소 등 부분별로 준비가 완료되는 곳부터 당장 가동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빠르면 2주, 늦어도 3주 안에 완전한 형태의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사측은 보고 있다. 최진웅 홍보팀 차장은 “우리가 70여일 동안 외쳤던 게 ‘정상 조업’이다. 임직원 모두 생산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다들 두 팔을 걷어붙이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기나긴 대치 상태를 끝내고 생기를 되찾은 공장 분위기에 인근 주민들도 활짝 웃었다. 그동안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는 공장을 보며 가슴을 졸였다는 주부 한모(38)씨는 “전쟁터 같던 마을이 두 달 여만에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와 반갑다. 앞으로는 노사든 노노든 부디 싸우지 말고 화합해서 잘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임성희(46·여)씨는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협상이 타결돼 기쁘다. 나머지 문제도 서로 상처 없이 해결돼 쌍용차가 잘 되고 평택 지역경제도 살아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장 앞 길가의 한 식당은 모처럼 출입문 4개를 모두 활짝 열어젖혔다. 전날까진 불똥이 튀는 것을 염려해 출입문 3개를 잠가둔 상태로 영업을 해왔다.
인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직원 김모(51)씨는 “어찌됐든 잘 끝났으니까 다행”이라며 “공장 건물들은 며칠 전부터 조금씩 청소해서 이젠 거의 정리됐고, 일부 훼손된 시설도 어느 정도 복구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동료 직원은 쓴 웃음을 지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잘 끝나긴 무슨. 들은 얘긴데 ‘(노조원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직원도 많다”며 노노간에 풀어야 할 갈등의 골이 깊다고 했다. 평택=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사진=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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