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10일 현재 서울 목동 7단지 66㎡ 고층 아파트의 호가는 5억∼5억3000만원선. 지난달 초 매매가와 비교하면 6∼12% 올랐다. 물건도 많지 않은 데다 이달 들어 거래는 뚝 끊겼다. 단지 앞 P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휴가철 비수기 탓도 있지만 최근 들어 중소형 평형대를 찾는 수요가 많아져 가격이 부쩍 오른 뒤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아파트 몸값 출렁이나
정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추가 대출규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단행된 정부의 LTV 강화 조치 이후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둔촌동 주공 1단지 72㎡ 아파트의 경우, 지난 5월보다 2∼3% 정도 오른 8억1000만∼8억3000만원에 거래되는데 물건이 거의 없다. 암사동의 프라이어팰리스 79㎡형의 매매가도 2개월 전보다 1∼2% 상승한 5억∼5억5000만원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서울 전체적으로 볼 때 지난 1월부터 10일 현재까지 중대형(85㎡) 아파트의 ㎡당 평균 시세 변동률은 1.36%. 같은 기간 중소형(85㎡이하)은 2.37%에 달할 정도로 중소형의 몸값은 큰 폭으로 뛰었다.
이 같은 중소형 아파트의 상승은 정부 대출규제에 앞선 선행 효과로 보는 분석이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DTI가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한 규제라는 점에서 수요자들이 평형대를 낮춰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소액 투자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기 때문에 중소형 주택시장에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정보업체 유앤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2007년 3월에 첫 시행됐던 DTI 규제도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3억원 이하 소형 물량에 인기가 많았다"면서 "대출 규제에 대비한 중소형 평형대의 쏠림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흐름은 결국 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서민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단계적 대출규제에 대비"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대출규제 움직임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규제를 내놓더라도 DTI '카드'를 곧바로 꺼내기보다는 현재 50%로 낮춘 LTV를 한 차례 더 낮추는 등의 단계적 조치가 선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DTI 규제 가능성을 희박하게 바라보는 의견도 있다. 유앤알컨설팅 박 대표는 "특히 내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들어 친서민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가 서민들에게 타격을 줄 만한 강력한 대출 규제를 펼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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