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와 여권 핵심인사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현 회장 방북 이전 유성진씨 석방에 대해 대부분의 합의를 마쳤다.북측과의 협상의 주요 창구는 우리 정부의 의중을 잘알고 있는 기독교계 인사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납북 여기자 협상의 주요 창구였던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결국 북측의 러브콜을 받고 평양행 특별기에 올라탄 것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던 것처럼,그간 북측과 유씨 문제를 놓고 '물밑협의'를 벌인 채널과 달리 평양행 초청 티켓을 받고 방북에 나선 것은 현 회장이었다.
현 회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외국에 억류된 자국민을 구해내야 하는 정부의 임무를 민간인 자격으로 대리 수행한 것이다. 물론 한국 정부는 현 회장의 방북이 '사업 차원'이라고 밝혔고, 미국 정부도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이 철저한 '개인 활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 모두 자국내 보수세력의 비판을 의식한 발표였지만, 사실상 정부 특사 역할을 했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많았다. 방북 이후가 많이 달랐다. 우선 손님을 대하는 북한의 태도가 판이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해 억류됐던 두 여기자를 비행기에 태워 순안공항을 이륙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채 하루가 안 됐다. 이 짧은 시간에 클린턴 전 대통령과 일행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1시간15분 가량 만났으며 이후 2시간 가량 이어진 만찬도 함께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극진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 회장의 북한 내 행보는 '안갯속'이었다.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현 회장은 이후 11일, 13일에 각각 하루씩 북한 체류기간 연장했다. 명확한 이유는 여전히 전해지지 않았고 그의 동선 역시 분명하게 파악되지 않아 평양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가능한 수준이다. 북한 매체의 보도 행태도 많이 달랐다. 북한 언론이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는 거물급 손님을 맞은 것을 즉각 대대적으로 보도한 반면 현 회장의 방북을 대하는 북한 언론의 태도는 거의 침묵에 가까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