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쿨∼한 여성들

야구장의 쿨∼한 여성들

기사승인 2009-08-14 17:11:01

[쿠키 스포츠] 프로야구 SK-LG 경기가 있었던 13일 오후 인천 문학경기장. 본부석 뒤편에서 3루 쪽으로 조금 치우친 테이블 지정석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6명이 모여 응원을 하고 있다. 이들은 1루쪽 SK응원석에서 흥겨운 가락이 흘러나오자 SK를 연호하다가 3루쪽 LG쪽 분위기가 더 즐거워지자 LG를 큰소리로 외친다. LG 선발 봉중근의 호투에 “삼진! 삼진!”을 외치다가도 SK 정근우가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가자 SK 응원단의 구호에 맞춰 “뛰어라∼”를 연호했다. 주변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막대풍선 때리던 남성들이 어이없다는 듯 돌아봤지만 전혀 개의치않고 유쾌한 여름밤을 즐기고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 호성적과 숨막히는 순위 다툼으로 프로야구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관중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 2007년 8월12일까지 1경기당 평균 관중 8698명에서 2009년 8월14일 현재 1만843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SK 구단의 경우 팬클럽 회원 1만9751명 가운데 여성이 5918명으로 30%에 육박한다. 이중 20대 여성은 3287명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특히 중립지대(집단 응원이 이뤄지지 않는 외야, 본부석 뒤쪽 등)에 여성 관중의 숫자가 눈에 띈다. 이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쿨(cool)하다”는 것이다.

팀을 응원하기 보다 선호하는 선수 중심으로 응원한다는 점 외에도 이런 류의 여성들에게는 야구장을 노래방과 카페의 중간쯤으로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과거 야구장의 여성들은 남자친구 손에 이끌려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테이블에 오징어, 쥐포 등 먹거리를 잔뜩 쌓아놓고 노래도 따라부르며 경기를 즐긴다. 헤어디자이너 권경민(여·24)씨는 “과거에는 (동성)친구들과 주로 카페와 극장에서 놀았는데 요즘에는 탁트인 야구장도 찾는다”고 말했다.

최대한 예쁘게 꾸미고 온다는 특징도 있다. 언제 비칠지 모를 텔레비전 중계 카메라에 대비한다는 이유다. 13일 SK-LG전에서는 한 여성이 땀에 메이크업이 지워지자 정신없이 화장하는 모습이 경기장 스크린에 나와 폭소를 자아냈다.

경기는 대개 8회까지만 즐긴다. 박빙의 승부가 이어져도 8화쯤 경기장을 사뿐히 나선다. 여름밤 붐비는 귀갓길은 질색이란다. 여전히 충성심으로 뭉친 팬 중심의 응원 문화가 주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새로 등장하고 있는 여성들이 만들고 있는 풍속도는 야구가 또 다른 차원의 레저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