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영국군 최악의 피의 여름

아프간 영국군 최악의 피의 여름

기사승인 2009-08-18 17:32:01
[쿠키 지구촌] 탈레반 소탕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영국군이 ‘피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미국 주도의 아프간 전쟁이 발발한 2001년 이래 영국군 사망자 수는 204명에 이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이는 이라크에서 숨진 영국군(179명)보다 큰 규모로, 아프간 주둔 영국군의 역할과 전략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아프간 현지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사이먼 메이올 중장은 “영국군이 지난 달 헬만드 지역에서 ‘표범의 발톱’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탈레반의 공세가 강화돼 희생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내에서는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정부가 헬리콥터나 무장 차량 같은 장비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아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주둔 영국군 200번째 희생자가 된 리처드 헌트(21) 일병의 어머니 헤이즐 헌트는 “정치인들이 직접 아프간 최전선으로 가봐야 한다”고 절규했다. 헌트는 “의원들은 당장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우리 아들들이 싸우고 있는 현장에 직접 가보라. 파병 군인들은 별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것 때문에 괴로워한다. 정치인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아프간 주둔 영국군 사상자 수는 94명으로 6월의 두 배, 5월의 네 배가 넘는다. 이들 중 31명은 생명이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까지의 사상자 수는 이미 지난해 전체 사상자의 수를 넘어섰다.

전투가 가장 치열한 아프간 남부 헬만드 지역에 배치된 최전선 병사들은 탈레반 공포에 질려있다고 영국 일간 타임이 전했다. 라이언 혼(23) 병장은 지난 13일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심하게 훼손된 전우의 시체를 발견했다. 폭발 사고로 다친 부상자를 구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던 중 다시 폭탄이 터진 것이다. 이것은 공포의 시작이었다. 16일 이 지역에서 또 다른 폭발사고로 3명이 숨졌다. 전우들이 사상자를 헬만드 강둑에 착륙한 의료용 헬리콥터로 옮기는 동안에도 폭발음이 들렸다. 혼 병장은 “엉덩이가 날아가는 줄 알았다. 이번엔 내 차례구나 생각했다. 벌써 네 번이나 운 좋게 위기를 넘겼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최근 상황에 대해 “매우 비극적인 소식”이라고 애도를 표하면서도 “영국 등에 테러 공격을 노리는 알 카에다를 저지하는 데 우리 군은 임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다넷 합참의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군은 앞으로 5년간 더 아프간에 주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에 주둔 중인 영국군은 현재 9150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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