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주는 초등학생 백일장…“자신의 감정 솔직하게 표현”

감동 주는 초등학생 백일장…“자신의 감정 솔직하게 표현”

기사승인 2009-08-19 17:03:01
[쿠키 사회] 신춘문예와 각종 문학상 응모작을 숱하게 심사해온 이근배(69·예술원 회원) 시인은 최근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 심사위원장을 맡고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19일 전해왔다. 기교가 무르익은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심사해온 그가 손자뻘 초등학생의 작품을 읽고 남다른 감동을 받은 이유가 궁금했다. 이 시인은 서울 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관장 김종규) 주최로 최근 ‘작가와 함께하는 글쓰기 교실’을 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서울시내 초등학생 70여명이 방학을 이용, 참가하고 있는 글쓰기 교실 수강생들의 문예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백일장을 열면 어떻겠냐는 김 관장의 제의에 이 시인은 흔쾌히 심사를 맡기로 했다.
백일장 글쓰기 주제는 ‘우리 엄마’와 ‘얼굴’. 이 가운데 대상 금상 은상 동상 등 수상작 10편을 선정하는 심사는 소설가 남지심, 이명수 시인이 맡았고 심사위원장은 이 시인이었다.

수상작들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 등 애틋한 사연을 담은 내용이 대부분으로 이 시인은 이 가운데 몇 작품을 소개했다. “꼭 온다면서 꼭 같이 있자면서 안 오시는 우리 엄마, 언제 오나? 언제 올까? 손꼽아 기다려도 안 오시는 우리 엄마, 전화번호는 모르고 이젠 얼굴만 생각난다.”(금상·답십리초등학교 6학년 성예린)

“나를 낳으셔서 고생하신 엄마, 키우셔서 고생한 우리 엄마, 밥 먹고 설거지하다 망가진 엄마의 손, 우리를 위해 일하다 부은 엄마의 발, 하지만 마음은 상처입지 않았다. 우리가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은상·전농초등 6년 신혜림)

대상은 장충초등 6학년 신다인의 ‘얼굴’에 돌아갔다. “얼굴은 세상 같다. 눈의 나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색의 성과 집이 있다. 코의 나라에는 성이 없다. 그곳은 동굴이다. 그곳에 들어가면 힘든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입의 나라에는 많은 군사력이 있다. 치아라는 병사 튼튼한 방패인 잇몸, 커다란 채찍인 혀와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인공 해일인 침을 부릴 수 있다.”

이밖에 화계초등 6학년 김채정이 금상, 성수초등 6학년 홍지현·번동초등 5학년 김혜지가 은상, 신답초등 6학년 권유린·번동초등 5학년 송채린·삼양초등 6학년 이승은·수유초등 김우혁이 동상에 각각 뽑혔다. 오는 21일 오전 11시 삼성출판박물관에서 시상식을 앞두고 있는 이 시인은 “컴퓨터와 인터넷에 빠져들어 글쓰기를 등한시하는 요즘 세태에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라며 수상작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일장은 주관한 김 관장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아이들의 글이 마음에 싸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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