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 현대에서 ‘나도(裸都)의 우수(憂愁)’라는 제목으로 국내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 김미루(28)는 철학자 도올 김용옥(61)의 딸이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명성에 개의치 않는다. 자신만의 작업으로 열정을 불사를 뿐이다. 도시의 폐허 공간을 보여주는 그의 사진작품 50여점에 직접 누드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뉴욕 맨해튼 다리 작품의 경우 사람이 알몸으로 난간에 서 있는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도시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모델을 고용할 수도 없고, 그런 위험한 곳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으니 제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죠. 누가 신고했는지 작업이 끝난 후 경찰 헬기까지 떴어요.”
파리 지하묘지인 카타콤에서는 600만 유골 위에 누워 사진을 찍었고, 윌리엄스버그 다리, 리치먼드 발전소, 뉴욕 최남단의 선박 폐기장, 파리 생자크 탑 등도 그의 작업 공간이 됐다. 서울에서는 철거 전 건물과 영화 ‘괴물’의 배경인 한강변 하수도를 택했다.
도시의 소외된 공간을 탐색하는 그의 사진작업은 한 마리 쥐가 모티브가 됐다.
“애완용 쥐를 키웠는데 그 쥐가 죽으면서 도시의 시궁창에 사는 쥐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도시 속에서 더럽고 무시당하는 존재를 찾아다니게 된 거죠.”
작가가 되기까지 그는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가 2003년 컬럼비아대 불문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 의과대를 진학했다. 해부학을 공부하던 그는 도시라는 생명체를 해부하고 싶어졌다고 한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분야가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의사 학위 대신 예술 석사 학위를 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뉴욕 플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도시탐험가’로 불리는 그의 작업은 쇠락한 공간에 누드의 야생성과 연약함이 어우러져 문명사의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그는 2007년 에스콰이어 매거진 선정 ‘미국의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뽑혔으며 뉴욕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유력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옷을 벗고 촬영하다 보면 나만의 공간으로 변하고, 위험하게 느껴지는 곳도 편안하게 다가와요. 누드는 전세계적인 공통언어이니까요.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 보다는 시적인 작업이라 말하고 싶어요.”
첫 전시는 사진이지만 특정 장르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 전공인 회화는 물론 영상 등 다양한 작업을 할 계획이다. 9월1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 판매 수익금 일부는 도시화로 소외된 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사진=갤러리 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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