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야4당과 단합하고 모든 민주 시민사회와 연합해서 반드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 문제 위기를 위해 승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를 DJ가 민주당에 남긴 유언이라고 정세균 대표에게 보고했다.
정 대표는 같은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잘 받드는 것이 민주당의 책무”라며 “철학적으로 '행동하는 양심'이 되고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 등 3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민주 개혁 진영의 통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J의 유훈을 당론으로 계승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피력한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를 DJ 추모기간으로 지정하고, 중앙당과 시·도당 분향소를 26일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는 25일 DJ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방문, 추모 행사를 갖는다. 민주 진영의 적통을 자임해 DJ 서거로 구심점을 잃은 개혁 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행보다. 민주당은 DJ의 유지를 내세워 개혁 세력의 통합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DJ의 서거에 따라 누가 그의 적자로 인정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DJ의 유지 계승을 공표한 정 대표, 서거 직전까지 DJ 곁을 지킨 '영원한 비서실장' 박 의원, 전북 출신의 대선후보 정동영 의원,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동교동계 지지를 받은 손한규 전 대표 등이 후계자로 거론된다.
DJ의 정치적 유산을 둘러싼 이들 간 적자 경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정 대표와 정의원은 DJ를 각각 '정치적 어버이'와 '정치적 사부'라고 표현했다. DJ 위중할 때 거의 매일 문병했던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지지자 100여명과 현충원 내 DJ 묘역에 참배했다. 지난해 총선 후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했던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1일 북한 조문단이 국회에 왔을 때 유족과 나란히 서서 이들을 맞았다.
2002년 해체 선언을 했던 동교동계가 그의 서거를 계기로 다시 세력화하는 조짐이다.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핵심 인사들은 24일 성명에서 “김 전 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 발전시켜 '국민을하늘처럼 받들라'는 가르침을 실천하겠다” 밝혔다.
앞서 동교동계 인사 30여명은 전날 안장식 후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갖고 “앞으로 자주 모여 고인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갈지 의견을 교환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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