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토지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연내 그린벨트 5∼6곳을 추가 해제하겠다고 발표하자 후보지로 꼽히는 지역의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벌써부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꺼내면서 투기세력 차단을 강조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생애최초 주택청약제 도입에 따른 장기주택청약제도 가입자들과의 형평성 논란, 토지보상 문제 등도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는 복병이 될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와 강남구 수서2지구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국민임대단지로 추진 중인 이들 지역이 유력한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꼽히면서 보금자리주택 지구와 묶이게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서울과 인접한 과천시 과천동 역시 유력한 해제 예상 지역으로 떠오르면서 매물이 없는 상태다.
앞서 보금자리주택 시범 지구로 지정된 경기도 하남시 미사지구는 지가 상승률이 지난 6월 0.67%, 7월에 0.9% 오르면서 2개월 연속 지역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기존 주택청약제도 장기 가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것도 정책 집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8일 한 남성은 본보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40대 중반으로 짐작되는 그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과 함께 신설된 생애 최초 주택청약제도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는 "단지 소득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불이익을 받아도 되는 거냐"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청약저축을 86개월간 납입(860만원)한 데다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주택 구입 사실이 없는 기혼자다. 그렇지만 단 하나, 생애최초 주택 청약제 요건 중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80% 이하(지난해 기준 약 312만원)' 요건에 해당되지 않을 뿐이다. 금융권에서 차장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그가 이 청약을 하기에는 소득이 너무 많은 것이다.
그는 결혼한 지 5년이 넘어 신혼부부 특별 공급도 받을 수 없고, 1200만원(120개월)을 불입한 청약주택자도 아니기에 당첨 순번에서는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지역 거주 요건상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 청약할 때도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이른바 '청약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는 "가진 돈도 없는데 단지 소득 요건 하나 때문에 우선순위가 밀리는 나 같은 장기 가입자들은 무슨 죄를 지은 거냐"고 억울해 했다. 장기 가입자들뿐만 아니라 신혼부부 청약 등의 혜택을 받기 힘든 미혼 독신자들도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이들에 대한 치밀한 정책적 배려가 구비되지 않는다면 보금자리주택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토지 보상 작업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경기도는 국토해양부가 충분한 사전조율 없이 보금자리 주택공급 확대안을 발표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보상이 늦어지면 공사가 늦어지게 되고, 결국 목표로 세운 주택 공급 기간을 놓치게 되면서 심각한 주택난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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