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신중과 소심사이

박지성,신중과 소심사이

기사승인 2009-08-30 15:46:00

[쿠키 스포츠] 전진 패스·드리블 돌파·백패스. 선택이 요구되는 찰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본능적으로 뒤에 있는 동료를 찾았다. 위협적인 공격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박지성에게 30일(한국시간) 벌어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아스널과의 경기는 중요했다. 맨유-아스널전은 프리미어리그를 전체를 대표하는 빅매치. 게다가 박지성은 커뮤니티실드와 리그 3경기에서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등과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고 이 경기 선발은 앞선 4경기에 대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평가로 봐도 무방했다.

뚜껑이 열리자 선발 명단에 박지성은 없었다. 경쟁에서 밀린 셈이다. 하지만 1-1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 후반 18분 박지성은 발렌시아가 뛰던 오른쪽 날개 자리를 꿰차고 등장했다.

그의 투입 전 맨유 미드필더 움직임은 갑갑했다. 라이언 긱스, 나니, 발렌시아는 잦은 패스 실수로 흐름을 끊었고, 유기적인 움직임도 실종됐다. 퍼거슨이 기대한 것은 자명했다. 왕성한 활동력으로 박지성이 상대 진영에 균열을 만들길….

그러나 박지성은 인저리타임 5분 포함 32분 동안 뛰면서 전진 패스를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는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을 연출했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걷어내는 등 의미 없는 터치를 제외하면 박지성은 총 9차례 볼을 소유했고 6회를 백패스로 날렸다. 에너지 넘치는 조커답게 상대 수비를 헤집는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거나 전진 패스로 허를 찌르는 움직임은 커녕 공을 뒤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뒤의 동료에게 볼을 넘기고 소득 없이 전방으로 뛰는 움직임의 반복이었다. 후반 34분에는 트래핑 실수로 속공 흐름을 끊었고, 종료 직전 두 차례 나온 횡패스는 의미 없었다. 후반 24분 왼쪽 진영 돌파로 에브라의 슈팅을 도운 것이 공격적 움직임의 전부였다.

박지성을 위한 신조어 ‘수비형 윙어’도 위안거리는 아니다. 퍼거슨은 호날두와 테베즈의 공백을 메우는 존재를 원한다. ‘수비형 윙어’로는 한국 시장에서 얻는 상업적 이득 외에 메리트가 크지 않다.

현지 평가도 호의적이지 못했다. 맨체스터 이브닝뉴스는 ‘분주했던 카메오’라며 평점 5점,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6점을 줬다.

맨유는 웨인 루니의 페널티킥골과 상대 자책골로 2대 1로 승리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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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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