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는 30일 탈당과 함께 이회창 총재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심 대표는 이 총재를 향해 "자신의 편협한 사고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구태에 동조할 수 없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심 대표는 이어 "대통령과 저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공작세력으로까지 매도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부담을 줄 순 없다"며 "총리직을 수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청와대가 검토해 온 심대평 총리 기용 방안은 무산됐다.
◇탈당 왜?= 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총리직 제의와 관련 '삼고초려'를 받았다고 했다. 정권 출범 이전 초대 총리 제의를 받았고, 지난해 6월과 올해 여름까지 세 차례의 제의가 있었지만 번번이 이 총재와 당의 반대 기류 때문에 뜻을 펼 수 없었다고 했다. 심 대표는 "국정의 도움이 못되고 분란의 중심이 될거 같아 안맡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심 대표와 정치권 입문 이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는 충남지사였던 심 대표와 함께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출범시켜 중앙 정부와의 협의를 찰떡공조로 해왔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여권은 심 대표 구애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가 '정책 연대 없이 총리 징발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심 대표는 "국정을 위해서도 충청권을 위해서도 더이상 일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판단하게 됐다.
심 대표는 작심한 듯 이 총재의 당 운영 방식이 독선적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회견문에는 '아집과 독선적 당 운영', '일인정당의 한계', '편협한 사고' 등의 직설적 표현이 등장했다. 심 대표의 측근은"이 총재가 미디어법 처리나 민주당 공격에는 한나라당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정책연대 없인 대표를 못내주겠다고 한다"면서 "이는 결국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창조를 위해 정치 신인들과 동행하며 헌신하겠다"며 독자 행보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심대평 발' 정치권 지각변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昌' 정치적 입지 흔들=당장 타격을 받을 쪽은 이 총재다. 창당 1년6개월 만에 '공동 창업주'인 심 대표가 탈당하면서 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기반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심 대표가 '선진당의 2인자'이기에 앞서 충청권에 적잖은 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총재의 리더십이 '독선적'이란 공격이 확산될 경우 심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일면서 제 2의 '심의 반란'이 줄줄이 나올 수도 있다.
이 총재는 심 대표를 비난하는 대신, "이렇게 까지 진행돼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라고 말했다고 박선영 대변인이 전했다.
이 총재는 일단 31일 예정된 9월 정기국회 대비 의원 워크숍이 끝나는 대로 충남 공주로 내려가 심 대표와 만나 설득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 동조세력의 이탈을 최소화 하기위해 당 의원들을 상대로 맨투맨 설득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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