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한파에 청소년수련원 살길 막막… 실직자 속출

신종 플루 한파에 청소년수련원 살길 막막… 실직자 속출

기사승인 2009-09-03 17:26:00

[쿠키 사회] ‘휴업이냐 폐업이냐.’

전국 300여곳에 이르는 숙박형 청소년수련원이 고민에 빠졌다.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 확산을 우려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청소년들의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각급 학교에 지시했기 때문이다. 수련원 원장들은 “손님이 줄어든 게 아니라 연말까지 한 명도 없어 부도 위기”라고 토로했다. 문을 닫는 청소년수련원이 증가하면서 실직자도 속출하고 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청정인성청소년수련원 원장인 이강동(58)씨는 최근 제대로 잠을 잔 날이 없다. “하늘이 노랗다.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는 이 원장은 지난 1일 결국 휴업을 했다. 그는 이후 매일 수련원에 나와 텅 빈 운동장을 둘러본다.

아내에게는 “곧 상황이 좋아질 거야”라는 빈말로 안심시켰다. 수입은 없지만 매월 600만원의 이자와 기본 전기료, 공과금은 계속 내야 한다. 신종 플루로 인한 수련원 업계의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스스로 해결할 방도가 전혀 없다는 게 그를 괴롭힌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14명과 일일 근로자 11명을 해고했다.

경기도 양평군과 강원도 인제군에 각각 있는 미리내캠프 청소년수련원은 휴업을 준비 중이다. 대청소가 끝나는 대로 문을 닫는다. 박태용(39) 영업마케팅 팀장은 “휴업을 신청하면 노동청에서 하루 최대 4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지만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앞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음달 정규직 전환이 보장된 인턴 직원 12명은 해고됐다.

충남 태안군에 있는 안면도 청소년수련원 이강덕(62) 원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휴업과 폐업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는 직원들 보기가 민망해 출근해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직원들은 일단 휴업을 해놓고 시간을 버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강해 이 원장도 휴업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가족부가 최우수 수련원으로 지정한 곳도 신종 플루 한파를 이길 수 없었다. 60여개 학교의 ‘예약 취소 쓰나미’를 견디다 못한 충북 제천시 박달재수련원은 결국 지난달 31일 휴업했다. 대출금 이자는 월 1500만원에 이른다. 이종진(48) 원장은 “손 소독기를 구비하는 등 신종 플루 예방에 최선을 다했는데 하루 아침에 이런 노력이 물거품처럼 됐다”고 했다. 그는 “생계가 막막하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는 지난달 28일 복지부에 장기저리대출금의 확대를 요청했다. 국민일보 쿠키뉸스 박유리 기자,사진=강민석 기자
nopimula@kmib.co.kr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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