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가 사망자로…임진강 사고 현장서 잇단 오열

실종자가 사망자로…임진강 사고 현장서 잇단 오열

기사승인 2009-09-07 23:26:01


[쿠키 사회] 7일 오전 11시45분. 김대근(40)씨의 싸늘한 주검 앞에서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아, 아들아" 부르며 울부짖었다. 김씨의 여동생은 의료진의 사망 판정이 내려지자 차가운 병실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부녀는 시신을 영안실로 옮긴 뒤에도 연천군 보건의료원 뒷편에서 땅을 치며 한없이 흐느꼈다.

12살 아들을 스티로폼 아이스박스에 태워 살려내고 자신은 급류에 휩쓸린 서강일(40)씨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아내 한모씨는 가슴을 움켜쥐고 휘청거렸다. 서씨의 어머니 유모씨는 "금쪽 같은 내 아들 살려내라"며 목 놓아 울었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가에서 실종된 사람들이 하루 만에 사망자로 발견됐다. 오전부터 임진강 곳곳에서 잇따라 건져진 시신들은 천으로 덮여 보건의료원 응급실으로 옮겨졌다. 들것이 들어설 때마다 실종자 가족은 맞잡은 손을 부비고 발을 굴렀다. 의료진이 시신 머리 끝까지 덮어 올린 천을 걷어 내면 몸서리치며 오열했다.

초등생 아들(12)과 함께 사라진 이경주(39)씨는 숨을 거둔 채 물 위로 떠올랐다. 응급실에서 남편을 본 이씨의 아내 김모씨는 혼절했다. "우리 경주는 죽을 놈이 아녀. 얼마나 팔팔하고 힘 좋은 놈인데. 또 용택이는 지 애비를 얼마나 잘 따라댕겼는디…." 이씨의 작은 아버지는 쓰라린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임진강 수난사고 현장지휘본부는 막대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사고 지점인 임진교부터 서해에 이르는 구간을 샅샅이 뒤졌다. 119구조대원들이 물속을 뒤졌고, 수색대원들은 수풀이 우거진 강가를 헤쳤다. 헬기 6대는 낮게 날며 물 위로 떠오른 물체가 있는지 살폈다. 현장지휘소 통제반장인 심평강 경기제2 소방본부장은 "수색 범위가 광범위한 데다 일부 구간은 물이 빠져 보트 수색이 어렵다. 수중에는 수초가 많고 물도 혼탁해 시야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어난 강물이 빠지면서 수몰된 차량 18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서씨 일행이 변을 당하기 전까지 야영했던 임진교 인근 모래톱에는 뼈대만 남은 텐트가 상류에서 떠내려온 수풀에 뒤엉킨 채 서 있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드러난 비룡대교 교각 아래엔 물풀과 나무 껍데기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김씨는 이곳에서 실종됐다. 박정준 연천소방서장은 "실종자가 급류에 휩쓸려 서해까지 떠내려갈 수도 있고 수초나 그물에 걸려 있을 수 있어 정밀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수색작업이 한창인 강가에서는 낚시꾼들이 한가롭게 낚싯대를 드리우기도 했다. 인근 유원지에서 출발한 놀잇배는 수색 중인 고무보트를 무심하게 지나쳐 갔다. 수색 작업은 일몰 시각인 오후 6시53분까지 계속됐지만 나머지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이경원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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