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 “애초부터 잘못”―“국토 불균형 해소” 찬반 팽팽

[세종시 논란] “애초부터 잘못”―“국토 불균형 해소” 찬반 팽팽

기사승인 2009-09-07 2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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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세종시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7일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여론의 향배에만 민감해하면서도 추진 방향과 범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놓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원안대로 추진할지, 아니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중앙공공기관을 서울과 지방으로 흩어 놓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반면, 권력기관 지방 이전으로 인해 국토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며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원안대로 추진하되 규모와 이전범위, 도시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는 "행정의 연속성과 정책 일관성 관점에서 원안 추진 외에 대안은 없다"며 찬성 의견을 피력했다. 박 교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회에서 95% 지지로 통과됐고, 법 제정 이전에 국민적 합의도 거쳤다"면서 "이제 와서 세종시 추진 계획을 뒤짚는 것은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4대강 사업을 다음 정권이 원점으로 되돌리면 얼마나 행정 비용이 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용웅 충남발전연구원장은 "세종 행정중심 복합도시는 명칭 그 자체가 행정뿐 아니라 국제 업무,과학 중추, 교육 문화 기능을 유치토록 한 것"이라면서 "아무 근거 없이 수정을 논의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밝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교수도 "국토균형발전 비전의 중추나 다름없는 세종시가 무산되면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는 수도권 팽창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충청권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추진은 하되 원래 계획을 대폭 축소할 경우 "이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이나 다름없는 졸속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박종호 청주대 행정도시계획학부 명예교수는 "계획된 20조원 예산 중 벌써 5조원을 투자한 뒤 이전 계획을 확정하지 않고 질질 끌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앙 행정 기관을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만 초래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정권이 충청권 표를 얻기 위해 졸속으로 추진한 행정수도 개념의 세종시 건설보다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지방 거점도시로서 기업과 혁신 기술, 연구기관 등을 유인할 수 있는 복합적인 형태로 세종시 건설 원안이 수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심익섭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처음 결정 자체가 타당성이 부족했다"면서 "현재 사람도 거주하지 않는 지역에 자유선진당의 주장처럼 새로운 광역 자치단체를 만들라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권과 정부가 서로 논의해 수정을 하든가, 수정을 논의할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해룡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국민투표나 국회에서 법률을 재검토하는 게 갈등을 최소화하는 해법"이라는 견해였다.

추진은 하되 세종시의 역할과 위상 변화를 통해 당초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정세욱 한국공공자치연구원 원장은 "원칙적으로는 추진에 찬성하지만, 단지 행정기관 이전만으로 부족하다"며 "저렴한 토지 가격과 행정 편의성 등을 내세우면 다국적 기업과 국제기구, 외국 유명 대학 분교 등을 추가로 유치해 자족적인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만약 행정기관만 옮겨갈 경우 세종시는 일과 시간 이후 공무원이 퇴근한 다음 '유령 도시'로 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문용 연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세종시 계획 축소를 검토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충청도민 등 국민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미 땅을 팔고 고향을 떠났다"면서 "그들과 한 약속을 수정할지 여부를 당사자들에게 묻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분권화를 위한 강소 연방제의 권한을 세종시에 부여하는 형태로 세종시를 키우는 방법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우성규 김현길 서윤경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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