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시리즈1―미완의 금융개혁] 시급했던 과제들, 1년만에 후순위로

[금융위기 시리즈1―미완의 금융개혁] 시급했던 과제들, 1년만에 후순위로

기사승인 2009-09-10 17:36:02
[쿠키 경제] 2008년 10월 6일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후 처음으로 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리먼 사태 이후 외국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달러난에 시달리던 은행들과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금융시장 동향과 외화유동성 상황을 매일 체크하라”고 강조할 정도로 당시 국내 외환시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었다. 결국 10월 30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관리 문제와 만성적인 단기외채 비율, 자본유출입 규제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위기 1년이 지나면서 이처럼 시급한 과제들이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단기외채 줄이고, 외환보유액 확충해야=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단기외채 축소 또는 외환보유액 확충 등을 통해 외환부문의 건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에 비해 단기외채 규모가 매우 컸던 상당수 동유럽국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했던 점 등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채비율이 높은 점에 비춰볼 때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인한 국내 외화유동성의 여유분을 외채상환에 우선 활용토록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외국계 은행의 국내지점이 본점에서 끌어오는 외채가 은행권 전체의 단기외채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시장 키우고 자본유출입 관리해야=우리나라는 실물 경제 크기에 비해 외환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쉽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외환시장 규모를 점진적으로 키워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10일 “외환시장 불균형 상태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반대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금융상품 개발과 외환시장의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체제의 경우 해외자본의 대규모 유출입에 따른 금융불안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자본 유출입에 대한 거의 모든 규제의 철폐로 자본 유출입량이 많아 국내 주식가격, 채권가격, 금리, 유동성, 환율, 금융기관 건전성 등에 큰 영향을 준다”며 “금융위기를 통해 외국 자본의 유출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흡수, 관리, 대응할 것인가가 우리의 가장 큰 과제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보듯 자본유출 규제는 실효성이 낮고 대외신인도 저하 등 부작용이 크며, 자본유입 규제의 경우 정책효과가 단기적이라는 점에서 위기발생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의 일환으로 대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감독체제 개편과 국제공조의 필요성= 감독기관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개별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미시적 감독에 치중해왔지만 그것만으로는 금융시장의 위험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금융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거시감독 기능이 긴요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감독체계는 분산돼 있다. 외환 등 국제 금융은 기획재정부가 맡고 있고 국내 금융은 금융위원회가 관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독하고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및 유동성 관리를 맡고 있다. 기관간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원활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이 재조명되면서 한국은행에 거시감독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감독이 분리가 돼 있는 것도 현안 이슈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국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이동 규제에 관한 국제공조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선진국의 자본이동이 신흥시장국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는 점을 감안, 호황·불황주기(boom-bust cycle) 및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선진국의 헤지펀드 규제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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