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친 윌슨 의원 덕에 우뚝 선 오바마

고함친 윌슨 의원 덕에 우뚝 선 오바마

기사승인 2009-09-11 22: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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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의회 연설 중 "거짓말하고 있다(you lie!)"며 고함을 질러 연설을 방해한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의원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반면 '고함 사건' 이후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안 지지율이 높아지며 건보 개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윌슨에게 몰아친 역풍=대안 인터넷 매체인 '얼터넷'은 11일 윌슨 의원의 정치 후원금 중 상당액이 건강 산업으로부터 온 것이라며 그가 오바마의 정책을 반대한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윌슨이 건보 개혁에 반대하는 이유가 다름아닌 의료단체의 로비와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미 책임정치센터(CRP)에 따르면 4선의 윌슨 의원이 8년간 받은 후원금 가운데 24만4196달러가 미국병원협회, 미국의학협회 등 의료전문가 단체로부터 모금한 것이다.
또 제약회사로부터 8만7150달러, 보험회사로부터 7만3050달러, 병원과 요양원들로부터 6만8000달러를 후원받는 등 지난 8년간 건강관련 부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은 모두 41만4000달러에 달했다.

전날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조 윌슨의 추악한 건강보험 비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영 건강보험 도입에 강력히 반대해 온 윌슨 의원이 정작 자신은 공짜 군인 건강보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퇴역 주 방위군 대령인 윌슨 의원은 물론 그의 네 아들도 모두 무료 군인건강보험 대상자로 진료비용은 국방부가 부담한다.

◇오바마는 순풍에 돛단 듯=CNN이 9일 오바마의 연설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건강보험 개혁 지지여론이 14%포인트 급등해 67%의 국민들이 개혁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설 전 개혁안을 지지한다는 국민은 53%였다. 미국 슬레이트(slate) 매거진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본 후 마음을 바꿨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전례 없는 해프닝에 대한 오바마의 의연한 대처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윌슨 의원이 고함을 지르자, 오바마는 잠시 연설을 멈추고 "저 말은 사실이 아니다(it's not true)"고 한마디를 던진 뒤 차분히 연설을 이어갔다. 윌슨의 사과에 대해서도 "우리 모두 실수를 할 수 있다. 윌슨은 신속하게 사과했다. 고맙다"고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이를 본 정치 평론가들은 "공화당을 오합지졸로 만들었다" "대통령의 권위가 돋보였다"는 찬사를 쏟아냈다.

◇밀러 후보 의외의 대박=사우스 캐롤라이나 출신의 공화당 4선 의원인 윌슨에게 도전하는 민주당의 롭 밀러 후보에게 선거운동 기부금이 쇄도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라크전에 참가한 퇴역군인인 밀러 후보는 올해 6월말까지 모금한 선거운동 자금이 4만8000달러에 그쳤으나 윌슨의 고함사건 직후 불과 하루 만에 약 3300명의 기부자들로부터 11만1000달러를 끌어모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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