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출구전략 2010년 하반기에나” 발언에 한은 ‘곤혹’

MB “출구전략 2010년 하반기에나” 발언에 한은 ‘곤혹’

기사승인 2009-09-15 2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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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이명박 대통령이 출구전략 시행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못 박고 나섬에 따라 한국은행이 검토 중인 조기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재정확대, 금융완화 등 경기부양을 위한 비통상적인 정책을 원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현재로선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인 출구전략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15일 연합통신·교토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신중론을 밝힌 것은 나름 근거가 있다. 세계대공황 당시 미국과 '잃어버리는 10년'의 일본의 경우처럼 경제위기에서 벗어날 때 너무 빨리 출구전략을 써서 다시 위기를 맞이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재정지출 확대와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로 빠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효과가 사라지면 경기는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4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출구전략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출구전략 시행시기에 집착하는 것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가까스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민간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분기 민간소비는 0.8%, 재화수출은 4.2%, 설비투자는 15.9% 각각 줄었다. 특히 국내 총투자율은 23.3%로 1977년 1분기의 21.3% 이후 가장 낮았다. 7월 취업자 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6000명(-0.3%) 감소했다.

이 대통령 발언에 따라 한국은행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주택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이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연내 소폭의 금리인상을 검토했으나 이 대통령 발언으로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아파트 가격(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5월 0.1%, 6월 0.2%, 7∼8월 0.3%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기준금리가 일부 인상되더라도 여전히 금융완화 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전방위로 옥죄어오는 정부의 출구전략 시행유보 압박을 한은이 정면으로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로선 금리인상 시기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김원철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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