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 2라운드…금융위기가 바꾼 국회 풍경

한은법 개정안 2라운드…금융위기가 바꾼 국회 풍경

기사승인 2009-09-17 2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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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의원들의 질타는 매서웠다. 금융위기 1년이 지났는데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고 사태인식에 안이한 정부에 국회가 발끈했다.

17일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답변석에 나란히 앉았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때 한은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설전을 벌인 지 5개월 만이다.

윤 장관은 현 시점에서 한은법 개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편 논의를 내년으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진국 등 국제사회의 논의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관기관 간에 의견 차이가 현격하다'. 윤 장관은 특히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 및 공동조사 양해각서(MOU)'의 의미를 부각시키며 법 개정보다 운영의 묘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현실적으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부분은 이번에 처리하고 남겨진 과제는 다음에 논의하자"고 맞섰다. 그는 "국민경제자문회의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한은의 의견을 많이 전달했지만 TF가 정부에 제출한 방안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5개월을 기다린 의원들도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4월 정부가 한은법 처리를 유보해달라며 제기했던 '위기론'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의원들은 정부의 한은법 연내 처리 불가론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정부는 위기의 강을 건너고 있어 신발끈을 만질 겨를이 없다고 하는데 금융위기 와중이기 때문에 빨리 고쳐야겠다는 게 국회 생각"이라고 맞받았다. 같은 당 박종근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역할과 거시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논의가 활발한데 국제 논의 결론을 보고 그때 가서 손을 쓰겠다니 문제 인식이 잘못됐고, 아주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내년에 윤 장관이 자리에 계속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며 "현직에 있을때 리더십을 발휘해 (기관간) 합의를 이뤄내라"고 압박했다.

한은법 개정의 핵심은 한은의 단독조사권이다. 한은이 금융위기시 돈을 풀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실태와 문제가 있는 금융기관의 재무상태가 어떠한지 직접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MOU 체결로 공동검사가 활성화될 것이므로 단독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의원들은 MOU는 제재조항이 없어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도 "단독조사는 꼭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여야 의원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은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결론을 내 전체회의에 재상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부의 전향적인 수정안 제출이 없는 한 국회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개정안이 정기국회 중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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