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존칭 변경 논란…안중근평화재단 ‘의사→장군’ 제안

안중근 존칭 변경 논란…안중근평화재단 ‘의사→장군’ 제안

기사승인 2009-09-20 16:42:01
[쿠키 사회] 안중근 의사의 존칭을 장군(將軍)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개인적 희생을 강조한 ‘의사’보다 국가와 군대를 대표하는 ‘장군’이 항일 투쟁 의미를 더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병은 정식 군대가 아닌 데다 장군 존칭은 안 의사의 다양한 면모를 담지 못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간단체인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는 20일 “하얼빈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26일 열리는 관련 학술대회에서 존칭 변경 문제를 집중 조명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대국민 홍보 활동을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최근 중국 하얼빈에 있던 안중근 동상을 서울로 옮겨오면서 주목을 받았다(본보 8월12일자 1면 보도).

청년아카데미는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받은 뤼순 재판에서 스스로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고 밝힌 점을 존칭 변경의 근거로 들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벌인 의거의 취지를 제대로 담으려면 국가 조직인 군대의 지휘관을 일컫는 장군 존칭이 개인 자격인 의사 존칭보다 더 걸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광일 청년아카데미 대표는 “개인적 희생에 초점을 맞춘 ‘의사’는 협소한 개념이다. 국외에 공적을 알리려면 장군이란 호칭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청년아카데미는 이미 자체 행사와 문서에서 존칭을 장군으로 통일했다. 국회 헌정기념관 앞에 임시로 전시한 안중근 동상도 양복 대신 군복 차림으로 만들어져 무관의 위엄을 강조했다.

일부 학자들도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국내 의군의 항일투쟁으로 부각시키자는 점에서 존칭 변경에 동의한다. 안중근·하얼빈학회 공동대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10월 한 학술대회에서 “당시 재판에서 거사를 ‘총 잘 쏘는 한 포수의 살인 행위’로 왜곡한 일제의 주장에 맞서야 한다”며 장군 존칭 사용을 제안했다.

반면 ‘군인 안중근’만 강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신운용 책임연구원은 “민족언론이 당시 일제 탄압에도 ‘안중근 의사’란 단어를 쓰려고 노력했다. 장군 존칭은 사상가와 교육자, 종교인 등 안중근이 가진 다양한 면모를 군인으로 획일화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국민대 장석흥 국사학과 교수는 “정식 군대가 아닌 의병의 지휘관을 장군으로 부르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존칭 변경에 반대했다. 고려대 한국사학과 조광 교수는 사람들에게 의사로 각인된 이상 존칭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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