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차별시정제,불신의 악순환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불신의 악순환

기사승인 2009-09-20 22: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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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가 시행된 지 만 2년을 넘겼지만, 시정신청 자체가 위축되면서 활용도가 오히려 더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주일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최근 펴낸 보고서에 기고한 '차별시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을 통해 "주요 차별시정 신청건 가운데 시정명령이 궁극적으로 실현된 것은 사실상 한 건도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과 공기업 및 각급 학교 등 사용자가 신청한 32건 가운데 1심인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는 3건이지만 중앙노동위에서 재심결과 최종 시정명령을 받은 곳은 코레일 1건(신청인 1340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임금차별사건도 (대법원에서) 법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아직 시정조치가 실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차별신청이 저조한데 대해"짧은 처리기간과 공익위원들의 전문성 부족 등으로 인해 사건이 기각 또는 각하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조정이나 합의를 강권하면서 차별시정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노위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2007년 7월부터 지난 8월까지 2162건이 접수됐지만 지노위와 중노위를 합쳐 시정명령이 내려진 것은 105건(4.6%)에 그쳤다. 이같은 차별인정 건수 가운데 상당수는 중노위에서 합의후 취하되거나, 판정이 번복되기 때문에 확정명령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적다.

문제는 올들어서, 특히 차별시정 대상을 5명 이상∼10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한 지난 7월 이후에도 활용률이 극히 저조하다는 점이다. 차별시정신청은 7월 10건, 8월 8건에 그쳤다. 대개 노조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큰 사업장의 집단사건은 이미 신청을 마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가 차별시정 담당을 포함한 공익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별시정 신청이 저조한 이유로는 비교대상, 차별영역 등에 걸친 구제신청 요건 충족의 어려움이 36.7%(복수 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복적 계약해지에 대한 우려가 26.7%로 나타났다. 그러나 차별이 인정될 경우의 보상액이 대부분 3개월 이내의 임금 차별분에 불과하다는 점도 적지 않은 요인으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보상액이 적기 때문에 코레일 사건에서처럼 차별시정명령을 기반으로 법원에 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활용도는 더 낮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시정명령의 범위도 임금 차액에만 해당되고 근로조건 개선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노동위원회의 합의후 취하 종용, 조사관들의 현장조사 및 문서제출 명령 소홀 등으로 인해 전체 차별시정 신청의 약 40%가 합의후 취하, 약 32%는 기각 또는 각하, 23%는 조정으로 끝나는 실정이다. 노동위원회측은 "기업이 차별시정 건으로 제소당하면 이미지 손상 등 파급효과가 커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익위원들의 전문성과 현장조사 강화 외에도 중소기업이나 노조가 없는 기업의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위해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차별시정기구를 설립하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hnglim@kmib.co.kr
임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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