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에게 이번 재선거는 의석수 몇석을 더 확보하는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 장안과 안산 상록을 등 수도권 2곳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그 여세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몰고가려 했던게 당초 시나리오였다. 특히 재선거를 통한 거물급들의 정치 복귀는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통합 논의를 가속화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불과 며칠전 당 핵심관계자는 “한나라당 내부에는 지속적으로 바윗돌(차기주자)이 부닥치는 소리가 나지만 민주당은 백사장에 조약돌(당 대표) 하나만 있는 꼴”이라며 “재선거를 통한 거물급의 복귀는 민주당에 큰 장이 설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손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거물급을 내세운 10월 재선거 필승 전략이 완전히 어그러지는 분위기다. 안산 상록을에서도 지역 인사들이 강력하게 낙하산 공천을 반대해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안산 상록을 출마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도부 일각에선 손 전 대표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불출마 선언을 두고 “고도의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도부의 간곡한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당내 기반이 약한 손 전 대표가 나중에 당의 지원을 필요로 할 때에 부메랑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코 앞으로 다가온 재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걱정할 처지다. 일단 수원 장안의 경우 대안으로
이찬열 수원 장안 지역위원장을 꼽고 있다.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찬열 위원장이 수원 장안 지역에서 경쟁력 있어 이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략도 수정했다. “이번 선거를 수수방관하지 않고 민주당을 위해 뛰겠다”고 밝힌 손 전 대표를 주연이 아닌 지원군으로 활용해 승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안산 상록을의 경우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한 뒤 진보세력의 연합공천을 받은 임종인 전 의원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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