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인사청문회] 세종시 청문회 방불

[정운찬 인사청문회] 세종시 청문회 방불

기사승인 2009-09-21 2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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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세종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세종시 문제를 총리 인준과 연계한다는 방침을 세운 야당, 특히 충청권 출신 의원들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의 '세종시 수정 추진 발언'에 대해 맹공을 퍼부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발언을) 취소하거나 사과할 용의가 없다"면서 세종시가 행정적 비효율이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후보자는 비효율성과 관련, "좋은 예는 독일"이라며 "본과 베를린 간에 (정부 부처가) 나누어져 있어 혼란과 비효율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세종시의 핵심은 '원안이다, 아니다'의 논란이 아니라 자족 기능"이라며 "부처가 몇 개 가느냐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세종시를 좀더 자족적으로 만들기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면 늘리겠지만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말로만 떠들던 세종시 축소의 실체가 총리 입으로 확인됐고 악역의 총대를 메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후보자가 세종시 원안 재검토를 굽히지 않는다면 총리직이 탐나서 세종시를 판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이라고 했다. 또 "구한말 매국노 이완용도 나라를 파는 명분은 나라를 위한다는 것이었다"고 비난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 후보자의 세종시에 대한 생각에 대해 "근본적으로 역대 정부의 국토 균형 발전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와 경제력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 과밀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세종시 원안 추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정 후보자는 "세종시가 백지화되면 총리직을 그만두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정 후보를 열심히 거들었다. 정옥임 의원은 "공무원 중 26%가 행정도시로 이사 갈 계획이 없고 38%가 이사 가도 혼자 간다고 한다"며 세종시의 비효율성 문제를 거론했다. 차명진 의원은 한술 더 떠 "국민투표로 통과한 유신헌법도 나중에 폐지됐고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1호였던 대운하 사업도 국민 반대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세종시 계획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세종시 문제를 유신헌법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정 후보자는 세종시에 대한 입장이 청와대와 조율된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마치 세종시에 대한 내 논평이 사전에 모의한 것처럼 얘기하는 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정 후보자는 "내가 충청권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용기 있게 발언할 수 있었다"며 "자족적인 문제가 있어 보이니 논의를 해 보자고 운을 뗀 것이고 발언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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