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3000명,한강의 속살을 엿보다

시민 3000명,한강의 속살을 엿보다

기사승인 2009-09-27 17:32:00

[쿠키 사회]“10, 9, 8, 7….” 26일 오전 9시 서울 마포대교 인근 여의도 한강공원. 시민 3000명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힘껏 징을 쳤다.

‘아름다운 한강 걷기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참가자들은 3∼4시간가량 한강 둔치를 걸으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한강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기점으로 한강 반포지구 구간(14㎞) 또는 양화지구(7㎞) 구간을 왕복하는 코스였다. 국민일보와 국제구호단체인 굿피플이 주최하고, 서울시가 후원한 이 행사는 ‘한강르네상스 특화사업’의 준공을 기념해 열렸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악대가 일찍부터 연주로 흥을 돋웠고, 프로야구팀 두산 베어스 소속 치어리더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가르쳐 줬다.

오 시장은 대회 시작 전 축사에서 “한강르네상스 특화사업이 지난 4월 반포지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완공되고 있다. 완공 후 처음으로 많은 시민들과 모인 자리라 감회가 새롭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도 “오랜 만에 한강에 나왔는데 너무 좋아졌다. 복된 날 즐겁게 보내시길 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한강을 구석구석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오 시장도 시민들과 함께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 아기자기하게 핀 들꽃. 도시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한강에 있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 임직원 110명 등 회사나 교회 단위로 참가한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마음의 문을 연 낯선 이들은 쉽게 친구가 됐다. 이날 처음 만난 시각장애인 손종택(38)씨와 자원봉사자 이은경(30·여)씨는 7㎞를 걷는 내내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씨는 “각자의 취미 생활, 관심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며 “너무 잘 걸으셔서 제가 오히려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우미 권정희(52·여)씨의 팔을 잡고 걸은 시각장애인 이상기(64)씨는 “20년 전에 시력을 잃었는데 오늘 이렇게 걸으니 너무 좋다”며 연신 감탄했다. 심현국(45)씨는 “어릴 때 광나루 근처에서 살 때 친구들과 수영도 하고 낚시도 했거든요. 그때 본 한강의 모습을 복원한 거 같아 보기가 좋네요”라고 했다.

순위를 정하지 않는 걷기 대회였지만 초등학생들은 마라톤을 하듯 경주했다. 교회 친구들과 함께 온 전재민(13)군은 “출발할 때는 제일 빨랐는데, 추월 당했다. 1등을 해야 된다”며 땀에 흠뻑 젖은 채 보도 위를 뛰어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임성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