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키다리 아저씨 올해도 추석 쌀포대 전달

구순의 키다리 아저씨 올해도 추석 쌀포대 전달

기사승인 2009-09-29 20:18:00
[쿠키 사회] 해마다 추석때면 대구 수성구청을 찾아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라며 수백포대의 쌀포대를 맡기고 가는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다녀간 것으로 밝혀졌다.

‘키다리 아저씨’는 자신을 ‘90살의 박모’라고만 밝히고 이름과 주소 등 나머지 신분을 감춘 채 7년째 자선을 행하는 키가 큰 한 노인에게 구청직원들이 붙여진 별명이다.

대구 수성구는 올해도 추석을 앞둔 최근 어김없이 ‘키다리 아저씨’가 찾아와 쌀 10㎏짜리 1000포를 맡기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라며 당부하고는 떠났다고 29일 밝혔다.

더욱이 직원들이 그의 선행을 알리기 위해 이름과 주소를 물었지만 극구 사양하며 ‘알려 줄 수 없다’는 대답만 남기고는 총총히 사라졌다는 것.

‘키다리 아저씨’는 2003년 처음 쌀 20㎏짜리 500포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며 수성구청을 방문한 이래 해마다 이맘때면 구청을 찾고 있다.

구청직원들이 어렵사리 파악한 그의 개인신상은 다만 평안남도 출신으로 6.25때 월남해 부산에 잠시 머물다 대구에서 옷감 도매상으로 자수성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부인과 사별한 10여년전부터 남은 인생을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결심, 2000만원 상당의 쌀포대를 해마다 추석 즈음 구청에 전달하고 있다.

구청 직원들은 “이 노인이 ‘어려운 이웃에게 훈훈한 명절선물이며 어렵게 농사짓는 농부들을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이 즐겁다’면서 ‘다만 더 많이 도와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성구는 그가 희사한 쌀 포대를 경로당과 복지회관, 소년소녀가장 등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고령에도 해마다 추석이면 걸르지 않고 찾아와 이웃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키다리 아저씨’가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조 기자
sang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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