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헌법학계 역시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헌재는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3명 임명 가능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7일 브리핑을 통해 “예전에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 권한 대행이 임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가 밝힌 전례는 이선애 전 헌재 재판관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해야 하는 후임 헌재 소장은 임명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장 지명 몫인 이 전 재판관은 임명했다.
헌재 재판관은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통령, 국회가 3명씩 지명하고,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공석인 재판관 3명의 자리는 모두 국회 추천 몫이다.
김정원 헌재 사무처장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도 모두 대통령 권한대항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59·사법연수원 18기)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규정상은 당연히 임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헌법학자들 사이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헌재 재판관 3명을 임명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대통령 추천 몫이 아닌 국회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재 재판관을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실질적 임명권’이 아닌 ‘형식적 재가’에 불가하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설명이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직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선출한 3명 몫을 선출해서 보내면 대통령은 임며을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 헌법연구부장을 지낸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에 대해서는 국회가 실질적 임명권을 갖고, 대통령은 형식적 임명권만 갖는 것”이라며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선출된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고, 오히려 임명을 거부한다면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헌재나 학계, 후보자들까지도 한 권한대행의 재판관 3명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한 권한대행에겐 임명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가는 데는 정치적 셈법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항이 재판관 3명의 임명에 있어 지연 행보를 이어가는 것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 권한대행이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수용하지 않고 버티면 헌재는 계속 6인 체제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4월 18일 만료되면 헌재는 4인 체제가 돼 결국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