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6일 본회의에서 보고됐다.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여야는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를 개시했다. 당초 민주당은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지켜본 뒤 내일 오전까지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나 한 대행이 이날 본회의 직전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어 사실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탄핵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한 대행 탄핵 추진을 두고 “졸속 탄핵, 보복 탄핵, 권력 찬탈 탄핵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탄핵하겠다는 건 한 권한대행이 아니라 국정, 민생, 외교 그리고 대한민국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라며 “국정을 마비시키고 초토화하는 민주당이야말로 내란 정치를 일삼고 있다. 우리는 한 대행의 탄핵 멈추어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회의에 보고된 탄핵안은 27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시점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與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vs 野 “국회 재적의원 과반 이상”
다만 여야는 한 대행의 탄핵 가결 요건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탄핵 의결 정족수가 국무위원 기준인 국회 재적의원의 과반(151명 이상)의 찬성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의결 정족수에 대해 “국회의장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만 얻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의 총리 시절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그가 했던 일의 불법·위법 사안이 명백하다. 따라서 (국무위원 기준인) 151석을 넘으면 그 즉시 가결 선포될 것”이라며 “(200석 이상 나와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 논란을 만들어 탄핵 절차를 지연시키려는 전략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고, 가보지 않은 길이다. 국회의장이 (가결 기준에 대해) 151석이라고 말하는 순간이 전례가 되고 하나의 판례적 기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 직전까지 의결 정족수 200석을 반영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한 대행에 대한 탄핵안 가결이 국무위원 기준에서 이뤄진다면, 추후 야당의 대통령 권한대행 ‘연쇄탄핵’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재적의원 과반 동의로 탄핵할 수 있다고 우기는 중인데 이는 헌법 기본취지를 망각한 무지한 주장”이라며 “대통령 탄핵 정족수가 재적의원의 3분의 2인 이유는 국정을 통할하는 대통령이 과반으로 탄핵당하면 상시적 국정 혼란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재적의원 과반’ 의견 우세
이와 관련해 헌법학자와 국회 입법조사처 등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 가결 요건이 ‘재적의원 과반’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12월23일까지 연구문헌 검토와 헌법학자들의 의견 조회를 거쳐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국무총리 직무 수행 시 발생한 사유로 탄핵소추할 경우의 필요한 정족수’에 대해 질의한 의원에게 회신했다”며 “지난 24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송부한 조사회답에서는 ‘탄핵 사유가 국무총리 직무수행 중 발생한 경우 일반정족수(151명)가 적용된다’는 다수 헌법학자 의견(13인)을 근거로 제시했다”며 “‘탄핵 사유의 구분 없이 가중정족수(200명)가 적용된다’는 일부 의견(2인)이 새로이 언론에서 확인됐다고 (추가) 서술했다”고 말했다.
입법조사처가 2020년 2월 발행한 ‘NARS 현안분석’에서도 “대통령은 선거 등을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을 취득함에 있어서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했다는 점과 정치 안정성 등을 고려해 탄핵소추에 가중 정족수가 적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권한대행의 경우에는 단지 후임 대통령 선출 전에 임시로 대통령직을 대행하는 것이지 대통령 신분을 획득한 것이 아니므로 일반 정족수(151명)에 의하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는 한 대행의 현재 법적 지위가 ‘국무총리’인 만큼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 요건을 채운다고 봤다. 임 교수는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대로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 71조에 따라 일시적으로 권한대행을 맡은 것”이라며 “총리의 법적 지위 자체가 대통령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 가중 정족수’를 규정한 헌법 65조 2항의 취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힌 선출직 공무원이다. 강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재적의원 찬성도 가중한 것”이라며 “그런데 국무위원은 임명직이다.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의결정족수 결정 권한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 탄핵 의결정족수 논란과 관련 “의결정족수에 대한 1차적 판단은 국회의장이 한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