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핵백신의 국산화 계획이 뒤로 미뤄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C녹십자의 결핵백신(BCG) 품목허가 신청을 반려하면서다. 다만 임상 결과 유효성 평가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된 만큼, 우선 해외 수출 등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GC녹십자는 “BCG 백신의 품목허가 신청 반려 결정에 따라 국내 판매 계획을 철회한다”고 지난 8일 공시했다.
BCG 백신은 생후 1개월 이내 모든 신생아에게 접종을 권고하는 필수의약품이다.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에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국 상황에 따라 수급 불안정이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결핵퇴치 2030 계획’을 발표하며 백신 국산화를 추진했다. 지난 2009년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 위탁사업자로 GC녹십자를 선정했다. GC녹십자는 토종 BCG 백신 개발은 물론 자체 생산과 판매까지 진행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건축투자비 53억원, 장비구입비 46억원 등 99억원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아 지난 2011년 전남 화순공장에 BCG 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그러나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종균 확보가 늦어지면서 개발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최초 종균을 제공하기로 했던 덴마크 기업 SSI가 계약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후 2014년이 돼서야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로부터 종균을 제공받아, 전임상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7년 국내 임상 1상이 시작됐고, 6년여 만인 2023년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심사에도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지만, 결과적으로 고배를 마시게 됐다. 식약처는 GC녹십자 BCG백신의 임상 결과 유효성 평가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보였으나, 임상적 유용성을 고려해 반려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009년부터 약 16년간 들여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청과 GC녹십자는 BCG백신의 상용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백신의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 시설이 구축됐으며, 제조·개발 기술의 노하우가 이미 확보된 상태인 만큼 해외 수출 등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10일 쿠키뉴스에 “BCG백신의 상용화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며 “현재 향후 상용화 방안에 대해 GC녹십자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 심사에서 유효성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이 있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에 기업 측에선 해외 수출 등 다른 활로를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GC녹십자 관계자도 “질병청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인 만큼, 질병청과 향후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질병청은 국산화 프로젝트 지연에 따라 백신 수급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결핵을 예방하는 BCG 백신은 피내용 BCG백신(피 내용건조비씨지 백신AJ주)과 경피용 BCG백신(경피용건조비씨지 백신)이 유통 중이다. 질병청은 지난달 기준 피내용 BCG 백신 5000바이알을 비축하고 있다. 이는 최대 1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양이다. 피내용은 다인용 백신으로, 1바이알로 최대 20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원 중인 피내용 BCG 백신 재고량 역시 2만8000바이알로, 수급은 원활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