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환보유액 부족하지 않다”…韓銀,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

[단독] “외환보유액 부족하지 않다”…韓銀,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

기사승인 2009-09-30 18:05:01
[쿠키 경제] 한국은행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외환보유고 확대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 최근 수출 감소가 환율보다는 해외 수요 때문이라고 분석,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해온 정부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현재 외환보유액 부족하지 않다=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향후 재발할 수 있는 금융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개월째 계속되는 경상수지 흑자와 밀려드는 외국인 증시투자로 인해 시중에 달러가 넘쳐나면서 이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달러가 약세인 만큼 외환보유액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이같은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30일 한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설명자료에서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긴급시 대외 지급 수요를 충당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외환보유고 적정성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없다고 했지만 현 시점에서 인위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확대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8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2455억달러로 전년말 대비 442억달러 증가했다. 9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40억 달러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달러 공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이 외환보유액 확대에 부정적인 것은 달러를 사들이려면 원화를 풀어야 하는데 그만큼 늘어난 통화량을 다시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 발행이 불가피하고 이자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또 우리나라의 총 외채가 6월말 현재 3801억달러로, 리먼사태 직후인 지난해 9월말에 비해 454억달러 감소했으나 다른 신흥시장국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외채비율(2008년말 기준)은 41.0%로 터키(34.9%), 인도(19.0%), 브라질(16.3%) 등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수출감소,해외 수요에 더 영향”=한은은 환율이 큰 폭 하락할 경우 어느 정도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지만 최근의 수출감소가 환율 요인보다는 해외 수요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으며, 현재의 환율 수준이 리먼사태 이전보다 여전히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고 완만하게 하락할 경우 외환당국이 이를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떨어진 1178.1원으로 마감됐다. 이는 지난해 리먼사태 발생 직전(2008년 8월) 원·달러 환율 1047원보다 131원(12.5%)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환율은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외환시장의 쏠림현상 등으로 단기간에 급격히 변동할 경우에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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