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총제 수혜기업,투자 줄이고 현금만 쌓아

[단독] 출총제 수혜기업,투자 줄이고 현금만 쌓아

기사승인 2009-10-04 17:59:00

[쿠키 경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로 투자한도가 늘어난 31개 대기업들이 오히려 투자를 줄이고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의 규제완화 요구를 받아들여 출총제를 폐지한 정부가 경기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기업들에 투자확대를 호소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민주당) 의원이 4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신용평가정보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출총제 폐지로 혜택을 받게 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31개 기업들의 올해 2분기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지출액은 일제히 감소해 22조38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출총제 폐지 이전인 지난해 4분기 투자액 53조7483억원에 비해 58%나 급감한 것이다. 오히려 출총제가 시행되던 2008년 2분기 31개 기업들의 투자액이 26조9628억원에서 2008년 4분기 53조7483억원으로 배이상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반면 이들 기업들의 현금성자산은 2007년 2분기 9조5852억원, 2008년 2분기 10조9946억원, 2008년 4분기 14조1978억원, 2009년 2분기 15조5326억원으로 늘어났다. 총자산 대비 현금성자산 비율도 2007년 2분기 3.43%에서 2008년 4분기 4.06%, 2009년 2분기 4.40%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금투자액이 2008년 4분기 14조9292억원에서 올 2분기 4조2815억원으로 둔화한 반면 유보율은 6908%에서 7149%로 상승했다. 현대자동차도 투자액은 같은 기간 6조1606억원에서 5조7341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유보율은 1227.06%에서 1276.31%로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회복을 주도해왔지만 하반기에는 재정지출 여력이 거의 소진돼 민간의 자생력 복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이같은 소극적인 투자행태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재계가 그동안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면 출총제 폐지를 요구했지만 출총제가 폐지된 후에도 대기업들은 현금만 쌓아둘 뿐 투자에는 소홀하다”며 “결국 투자활성화가 규제 강도보다는 경기흐름과 투자수익처에 주로 의존한다는 점이 입증된 것이어서 향후 투자가 늘어난다해도 출총제 폐지와는 큰 관계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중
jjkim@kmib.co.kr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규모 기업집단 계열사 중 2조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계열사들의 출자총액을 순자산의 40%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디에스엘시디, SK건설 등 31개 대기업이 적용을 받았으나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난 3월 25일부터 폐지됐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김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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