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1998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르네상스 의상 차림의 젊은 여인’이라는 인물화가 나왔다. 색 분필과 펜 잉크 등으로 젊은 여성의 옆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카탈로그에는 ‘19세기 초 독일학파’라는 간략한 설명만 적혀 있었다. 이 작품은 1만9000달러(약 2200만원)에 뉴욕의 거래상 케이트 갠즈에게 팔렸다.
갠즈는 이 그림이 독일 미술학도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기법을 본 떠 그린 것으로 여겼고, 2007년 이를 같은 값에 캐나다 출신 피터 실버맨에게 팔았다. 그러나 실버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심장이 1분에 백만 번씩 뛰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이름이 섬광처럼 떠올랐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3일 이 그림이 진짜 다빈치 작품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만약 다빈치 작품으로 확인되면 그림의 가치는 1억 파운드(약 18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탄소 연대 측정과 적외선 분석 등을 통해 작가의 기법이 다빈치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정적인 증거는 그림 왼쪽 윗부분에 찍힌 다빈치 지문 자국이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예술 감식전문가 피터 폴 비로는 다중분광 카메라를 사용해 이 지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문은 중지 또는 검지로 로마 바티칸 성당의 ‘성 예로니모’에 찍힌 다빈치 것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로는 성 예로니모는 다빈치 초기 작품으로, 당시 다빈치는 조수를 둘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그림에 나타난 지문은 다빈치 본인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대학 예술사 명예교수인 마틴 켐프는 “인물화가 다빈치의 것이 확실하다”며 “조만간 이 그림에 대한 책을 출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켐프 교수는 인물화 속의 주인공이 밀라노 공작인 루도비코 스포르자(1452∼1508)의 딸인 비앙카 스포르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물화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다’며 “이는 모나리자로 알려진 다빈치에 걸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작품이 다빈치의 것으로 판명되면 다빈치가 송아지 피지에 그린 유일한 작품으로 남게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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