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노사관계학회가 22일 서울 여의도 CCMM(국민일보)빌딩에서 개최한 추계정책토론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노사문제 비전문가들인 경제부처들이 나서서 노정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마치 글로벌 스탠다드(국제적 표준)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도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성문)법으로 금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관계 제도가 나라마다 다양한 실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짚어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노사관계선진화위원회 공익위원을 맡았던 이 교수는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후속입법을 둘러싼 대립은 이제 좌우대립이 아니라 전문가대 비전문가(경제부처)의 다툼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부처의 이런 논리와 재계의 성명이 나오니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손을 잡고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식의 극단적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공익위원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그렇게 반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7월 공익위원들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에 대해 노조활동을 기능 별로 나눠 단체협약, 고충처리, 산업안전 등의 활동 시간에 대해서는 유급으로 처리하는 타임오프제를 제시했다.
이교수는 “적어도 ‘일체의 금품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현행 법조항은 사용자측 노무관리를 대신하는 노조원에 대한 임금지금을 금지하는 불합리한 사례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익위원안이 꼭 정답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공익안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고, 지난 13년간 논의구조와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실에 적용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명지대 이종훈 교수도 “경제팀이 복수노조·전임자문제의 제도 개선을 주도한다면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위험 부담도 크고, 제도개선 비용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경제부처의 생각대로)전임자 임금지급 전면 금지를 당장 시행할 경우 대기업-중소기업간 ‘노사관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교섭력이 강한 대기업에서는 변칙적으로 전임자 임금지급을 관철할 가능성이 크고 중소기업에서는 전임자 부재로 노조의 힘이 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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