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실내사격장 불…10명 사망, 7명 중화상

부산 실내사격장 불…10명 사망, 7명 중화상

기사승인 2009-11-14 19:40:00
[쿠키 사회]
부산 국제시장내 실내 사격연습장에서 불이 나 일본인 관광객 등 10명이 숨지고 7명이 중화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14일 오후 2시25분쯤 부산 신창동 가나다라빌딩 5층 건물중 2층에 있는 실내 실탄사격연습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불은 오후 2시50분쯤 진화됐으며 2층 건물은 반소됐다.

이 불로 이날 오후 7시 현재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7명이 중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메리놀병원, 고신대병원, 영도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일본인 관광객이고 한국인 가이드 문모(49·여)씨와 S여행사 직원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일본인 관광객 9명이 S여행사 가이드의 인솔로 이 사격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져 일본인들의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목격자 K(51)씨는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격장에서 순식간에 시커먼 연기가 치솟아 119에 신고했다”며 “일본인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온 몸에 불이 붙은채 건물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말했다.

불이 난 사격장은 5층 건물 중 2층이며, 사망자 가운데 시신 7구는 2층 사격장 앞 휴게공간에서 발견했고, 사격장 내부와 방음벽은 불에 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휴게공간 쪽에서 무엇인가에 의해 불이 나 삽시간에 큰 불로 번지면서 휴게공간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화염에 휩싸여 큰 피해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화재현장에서 다른 사망자나 부상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화재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불이 난 실탄사격장은 해운대와 서면, 영도 등 부산지역 4개 실탄사격장 가운데 한 곳으로 면적 83평에 5개 사로로 사거리 10∼15m의 소규모 사격장이다.
표적종류는 표적지와 풍선, 깡통 등을 사용하고 있다. 총기는 20여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14세 이상 출입을 시키고 있다. 이용자들은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사격전 안전교육과 점검을 받은뒤 사로에 투입된다. 이용료는 계절별 10발 기준 2만∼6만원이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이다.


불이 난 건물은 국제시장내 상가밀집지역으로 평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5층 가운데 1층은 소규모 여행용품점이 영업중이고, 3층은 실내골프장이지만 현재 휴업중이다. 또 4,5층은 가건물로 비어있는 상태다.

1층 여행용품점 출입구에 있던 목격자 김모(60·여)씨는 “출입구에 다른 여성 2명과 함께 앉아 있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거센 바람소리가 났다”며 “본능적으로 2층 사격장 출입구 쪽을 바라봤더니 사격장 출입구 유리창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건물 바깥쪽으로 휘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곧바로 시커먼 연기가 1층 출입구 쪽으로 빠르게 밀려 왔으며 순간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연이 뿜어져 나와 숨을 못쉴 정도였다”며 “옷이 불에 타고 찢긴 일본인이 나오길래 ‘괜찮냐’고 물었더니 바닥에 엎드린 채 아무말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연기를 마시고 혼미한 상태에서 사격장 앞 길에 엎드려 있다가 출동한 부산소방서 119 구조대원들에게 구조됐다.

김씨는 “연기가 밀려오는 순간 아무 것도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멍해졌고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구나’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으며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치를 떨었다.

◆일본인 피해자 왜 많았나?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본인은 이날 오후 세일여행사를 통해 부산 국제시장 관광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이드 1명이 일본인 9명을 인솔해 국제시장을 쇼핑하고 이 사격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은 일본인 사망자들이 사격장이 있는 2층에서 주로 발견된 점으로 미뤄 사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거나 사격을 하던 중에 화재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9명 가운데 2명은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여행사들이 일본인 관광의 주요 코스에 부산지역 4개 실탄사격장 가운데 화재사고가 난 중구와 영도지역 사격장을 포함시키고 있다”며 “이들도 실탄사격을 위해 이 건물을 찾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갑형 부산중부경찰서장은 “한·일외교 관계 등을 감안해 일본인 관광객에 대한 신속한 신원파악에 나서는 한편 사후 처리문제에 대해 관계당국과 심도 높게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 명단

실탄 사격연습장에서 불이 날 당시 이곳을 찾았던 일본인 관광객들은 모두 9명이라고 여행을 안내한 S여행사는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현재 7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부상자가 누군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25분 1박2일 일정으로 부산항에 내려 관광한 뒤 15일 오후 2시쯤 출국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확인된 일본인 관광객은 아리키 히데테루(36), 이나다 아쓰노부(37), 오쿠보 아키라(37), 가사하라 마사루(37), 시마다 아키라(37), 나카오 가즈노부(37), 하라다 요헤이(37), 마에다 다이키(37), 미야자키 히데타카(36) 등이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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