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쏟아지는 언론 보도들의 골자를 한 마디로 압축해보면 ‘소비자들 사이에서 데이터통화 구역과 과금체계 등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자리잡혀 있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팔짱만 낀 채 방치하는 이동통신사들이 잘못됐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하면, 무선랜(무료)에 접속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콘텐츠를 내려받는 도중에 해당 지역을 벗어나 3G 이동통신 네트워크(유료)로 자동 전환된 사실을 모른 채 계속 데이터 통화를 이용하는 사례들이 늘어나 문제가 됐다는 겁니다.
이동통신사들은 구역이 바뀌면 화면 상단에 아이콘도 따라 바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소비자나 시민단체 쪽은 그런 ‘좁쌀’만한 표시로 무선랜과 3G 네트워크 지역의 구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냐는 항변을 하죠.
이와 관련해 당시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이 이슈가 한참 진행될 때쯤 국내 한 이동통신사의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물론 개인행동이 아니라 회사의 지시에 의한 것이겠죠. 시민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너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이콘이 바뀌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자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니까 문제인 것”이라며 “솔직히 그런 식(사용자가 모른 채 데이터통화 요금 과금되는 사례)으로 올리는 막대한 수입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 그 수입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답니다.
이 관계자가 대화를 전해주는 과정에서 과장이 있었을 수는 있지만 허위를 말한 것 같진 않습니다. 당시 저에게 이 직원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를 바로 가르쳐주며 “지금 전화해서 물어봐라”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 관계자가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아주 괜찮은 제안을 합니다.
“사용자가 무선랜 지역을 벗어나면 바로 ‘이제부터는 데이터통화 과금이 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
이런 경우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의 이유를 대며 힘들다는 대답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죠. 비용이 들어가는 사안을 기업에게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문제이지 아이콘이 바로 바뀌는 것도 엄연히 객관적인 알림 기능이긴 합니다.
그런데 다소 놀라운 것은 이 직원의 반응입니다. 곧바로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검토해보겠다”고 시원스럽게 나오더랍니다. 이 시민단체 관계자도 의외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이 이동통신사에서는 소식이 없습니다. 오늘 그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 봤습니다. 그것과 관련해 한다 안 한다 무슨 연락이라도 온 것 있냐고. 없답니다. “설마 하겠어요?”라며. 그럼 본인은 연락해봤냐고도 물어봤습니다. 그냥 안 했답니다.
말 그대로 검토만 했나 봅니다. 아니면 아직도 검토 중?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