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이라고 다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남자를 유혹해 전화통화를 유도, 만나줄 것처럼 속여 장시간 통화로 과다한 정보이용료를 뜯어내는 전형적인 사이버 사기 수법 중 하나입니다.
잠잠하다 싶더니 다시 활개를 치나 봅니다. 오늘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1만4000여명의 남성회원들을 상대로 6억여원을 챙긴 일당이 불구속 입건됐다는 보도가 있었죠. 지난해 이 문제가 꽤나 시끄러울 때쯤 060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여성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이 기사를 보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더군요.
나이는 20대 초반이었고, 첫 인상에 다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끈적끈적한’ 대화로 남자를 유혹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소위 ‘좀 놀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제 편견이었습니다. 자신도 별 생각없이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하게 됐고, 학교도 다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여성은 060 실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줬습니다. 처음 알게 된 건 피해자가 물게 되는 막대한 정보이용료가 여자 아르바이트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060은 채팅을 통해 마음을 어느정도 사로 잡은 후 전화통화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채팅은 대부분 여자인 척하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맡는다고 합니다. 같은 남자이다보니 애초에 불건전한 만남을 원하고 들어온 남자가 여자에게 무슨 말을 바라는지 더 잘 안다는 판단일까요?
채팅 아르바이트와 전화 아르바이트가 일하는 공간은 구분돼 있고, 전화통화 설득에 성공하면 전화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여있는 공간으로 자동 연결됩니다. 이때부터 여자 아르바이트생의 진짜 유혹이 시작됩니다.
“당연히 목소리 예쁘고 애교 넘치는 애들이 돈을 더 많이 벌죠.”
이 여성은 솔직히 목소리가 예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말투도 애교는커녕 어딘가 모르게 차갑기도 하고. 여하간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휴, 전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성공(일정액 이상의 정보이용료나 나올때까지 통화하는 것)한 적 거의 없어요.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목소리 예쁘고 애교 넘치는 ‘달인’들은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200만~300만원까지 버는 아르바이트생도 봤다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많은 돈이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적었습니다. 원래 이런 경우는 수천만원씩 챙기는 ‘쇼킹’한 사례가 나왔으면 하는 기자로서의 ‘직업병’이었을까요.
그런데 설명을 듣다보니 제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성의 기본급이 50만원(3교대 근무)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통화에 성공해 챙긴 정보이용료의 10%를 ‘인센티브’로 받는다고 했습니다. 20만원 나오면 2만원이 떨어지는거죠. 그래도 여기까지는 봐줄만 합니다.
그런데 후에 사기로 이동통신사나 경찰에 신고가 들어오면 일정액을 인센티브에서 깎는답니다. 그럼 얼마나 남겠습니까.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고, 피해자 대부분이 나중에는 사기 전화였던 걸 알아차리고 이동통신사에 신고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받게 되는 돈은 어느 정도인 줄 예상이 갑니다. 한 마디로 이 여성이 말한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버는 이들은 시간이 흘러도 신고를 안 하게 할 정도로 남자를 완전히 보내버린 ‘달인 중의 달인’인 셈이죠.
060 사기는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에게 경제적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까지 일삼는 악질적 범죄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060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일단 불건전 만남을 자행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없어질 듯 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단속과 검거만으로는 근절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법 개정을 통한 060 해당 회선망에대한 재정비나 회선 회수 등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있다면…, 남자분들, 애초에 이상한 채팅사이트 좀 들어가지 마세요! afero@kmib.co.kr
잠잠하다 싶더니 다시 활개를 치나 봅니다. 오늘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1만4000여명의 남성회원들을 상대로 6억여원을 챙긴 일당이 불구속 입건됐다는 보도가 있었죠. 지난해 이 문제가 꽤나 시끄러울 때쯤 060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여성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침에 이 기사를 보다보니 문득 생각이 나더군요.
나이는 20대 초반이었고, 첫 인상에 다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끈적끈적한’ 대화로 남자를 유혹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소위 ‘좀 놀게’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제 편견이었습니다. 자신도 별 생각없이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하게 됐고, 학교도 다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 여성은 060 실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줬습니다. 처음 알게 된 건 피해자가 물게 되는 막대한 정보이용료가 여자 아르바이트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060은 채팅을 통해 마음을 어느정도 사로 잡은 후 전화통화를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채팅은 대부분 여자인 척하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맡는다고 합니다. 같은 남자이다보니 애초에 불건전한 만남을 원하고 들어온 남자가 여자에게 무슨 말을 바라는지 더 잘 안다는 판단일까요?
채팅 아르바이트와 전화 아르바이트가 일하는 공간은 구분돼 있고, 전화통화 설득에 성공하면 전화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여있는 공간으로 자동 연결됩니다. 이때부터 여자 아르바이트생의 진짜 유혹이 시작됩니다.
“당연히 목소리 예쁘고 애교 넘치는 애들이 돈을 더 많이 벌죠.”
이 여성은 솔직히 목소리가 예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말투도 애교는커녕 어딘가 모르게 차갑기도 하고. 여하간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타입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어휴, 전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성공(일정액 이상의 정보이용료나 나올때까지 통화하는 것)한 적 거의 없어요. 그래서 그냥 나와버렸어요”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목소리 예쁘고 애교 넘치는 ‘달인’들은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200만~300만원까지 버는 아르바이트생도 봤다고 대답했습니다. 물론 많은 돈이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적었습니다. 원래 이런 경우는 수천만원씩 챙기는 ‘쇼킹’한 사례가 나왔으면 하는 기자로서의 ‘직업병’이었을까요.
그런데 설명을 듣다보니 제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여성의 기본급이 50만원(3교대 근무)이었다고 합니다. 이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통화에 성공해 챙긴 정보이용료의 10%를 ‘인센티브’로 받는다고 했습니다. 20만원 나오면 2만원이 떨어지는거죠. 그래도 여기까지는 봐줄만 합니다.
그런데 후에 사기로 이동통신사나 경찰에 신고가 들어오면 일정액을 인센티브에서 깎는답니다. 그럼 얼마나 남겠습니까.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많고, 피해자 대부분이 나중에는 사기 전화였던 걸 알아차리고 이동통신사에 신고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받게 되는 돈은 어느 정도인 줄 예상이 갑니다. 한 마디로 이 여성이 말한 한 달에 200만~300만원을 버는 이들은 시간이 흘러도 신고를 안 하게 할 정도로 남자를 완전히 보내버린 ‘달인 중의 달인’인 셈이죠.
060 사기는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에게 경제적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 노동 착취까지 일삼는 악질적 범죄임이 분명합니다. 물론 060을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일단 불건전 만남을 자행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도 말하고 싶습니다.
없어질 듯 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단속과 검거만으로는 근절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련법 개정을 통한 060 해당 회선망에대한 재정비나 회선 회수 등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있다면…, 남자분들, 애초에 이상한 채팅사이트 좀 들어가지 마세요! afero@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