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기자의 오프더레코드] 日 ‘야동’ 女배우 “한국남자와 결혼… 삭제해주세요”

[김현섭 기자의 오프더레코드] 日 ‘야동’ 女배우 “한국남자와 결혼… 삭제해주세요”

기사승인 2010-04-14 15:12:04
“철 없는 결정이었다.”

최근 기사 자료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검색을 하던 중 대만 출신의 유명 배우인 서기의 과거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10대때 아무것도 모르고 성인영화에 출연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내용이더군요. 날짜를 보니 2008년 12월에 나왔던 기사인데 저는 개인적으로 서기의 팬임에도 불구하고 몰랐었습니다.

며칠 후 취재 중인 온라인 저작권 이슈와 관련해 모 웹하드 사이트의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취재와 관련된 대화를 마친 후 같이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관계자가 웃지 못할 해프닝을 이야기 해 줬습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우연히 봤던 서기의 기사가 떠오르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신도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이 회사로 온 지 얼마 안 되는데 처음에 “내가 출연하는 ‘야동(야한 동영상)’ 좀 빨리 없애달라”는 전화가 의외로 많이 와 놀랐답니다. “속아서 찍은 거다” “돈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눈 딱 감고 한 번 찍은 거다” “친구들에게 숨겨왔는데 최근에 알게 된 것 같다” 등 이유도 각양각색이랍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찾아서 바로 없애준다고 하네요.

그런데 며칠 전 전화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었더니 여자 목소리로 일본어가 들리더랍니다. 자신은 고교시절 제2외국어로 배워 본 것이 일본어 실력의 전부라 급한대로 “마떼쿠다사이(기다려주세요)”라고 말하고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을 바꿔줬답니다.

이 직원은 5분 정도 대화를 나눴고 통화를 마친 후 물어보니 야동을 없애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이런 전화를 많이 받았지만 일본인은 처음이었다네요.

그런데 이유가 좀 씁쓸합니다. 이유가 곧 결혼을 하기 때문이며 약혼자가 한국남자라는 겁니다. 결혼을 결심하고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인터넷에서도 자신이 찍은 야동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겁니다. 약혼자가 아직 모르는 것 같으니 빨리 없애달라고 요청한 것이죠.

이 여성은 다급했던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한때 꿈이 연기자였는데 ‘네가 몰라서 그렇지 유명한 연예인들 다 이렇게 시작했다’는 기획사 말을 믿고 멋도 모르고 했다” “그 생활은 접은지 5년이 넘었으며, 지금은 자영업하며 잘 살고 있다” “내 약혼자를 깊이 사랑한다. 이 남자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등 개인적인 것들을 늘어놓기도 했답니다.

물론 이 회사에서는 곧바로 해당 동영상들을 확인해 없애줬습니다.

인터넷 등을 통한 음란물 유통은 청소년에게 무방비 노출되는 등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됐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앞에서는 보는 이들의 영혼을 파괴시키고, 뒤에서는 한 여성의 인생까지 망가뜨릴 수도 있는 것이 음란물입니다. 음란물은 역시 ‘쓰레기’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그날이었습니다.

아, 이 여성은 통화 중 이런 말도 했다고 합니다.

“(내가 나온 동영상이) 오히려 한국에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인터넷(사이트)이 오히려 일본보다 음란물을 보기가 더 쉬운 것 같다.”

물론 이 여성의 개인적인 느낌일 순 있지만 이상하네요. 그동안 정부에서 음란물 관련 대책을 이것 저것 내놓았던 것 같기는 한데 말이죠.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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