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DJ는 정치적 큰아버지…깨어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유시민 “DJ는 정치적 큰아버지…깨어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기사승인 2010-05-24 17:32:01

[쿠키 정치] 유시민 야4당 경기지사 단일 후보가 24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DJ) 도서관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경기지사 후보로서 촌음을 아껴 드넓은 선거구를 찾아다녀도 모자랄 판에, 구 민주계의 성지인 DJ 도서관을 찾은 이유가 뭘까.

유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불안감을 느끼고,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모든 유권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표하진 않았지만,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화합과 야권 통합의 파급 효과를 이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유 후보는 매번 매던 짙은 노란색 넥타이 대신 이날은 옅은 상아색 넥타이를 맸다. 그는 “이젠 야권 통합 후보니까 넥타이 색깔도 야당 연합을 표현할 수 있는 쪽으로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표방한 국민참여당의 선명성 대신, 농도는 다소 묽어지더라도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권의 통합이 중요함을 강조한 정치적 사인이다.

유 후보는 DJ 도서관을 찾은 이유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유지인 ‘야권 통합’의 일환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여사에게 “김 전 대통령께서 살아 계셨으면 (단일화를) 좋아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후보는 예전 시사평론가 활동시절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지역감정의 수혜자라는 가시돋힌 언설을 했던 과거에 대해서도 사과의 의사를 표했다. 단일화가 “어렵게 어렵게” 성사됐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배석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대로 야권 단일화가 됐다. 유 후보는 국민참여당이지만, 사실상 민주당 후보이고, 민주노동당 후보다. 야권 개혁세력의 단일 후보다”라고 화답했다. 이 여사는 “다행이네요. 꼭 돼셔야 해요”라고 덕담했다.

유 후보는 이 여사에게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행사도 잘 치렀다고 보고했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10만여명. 서울과 부산을 합쳐 또 10만명이 노란 물결을 이뤄냈다고 했다. 1주기 행사를 며칠 앞두고 봉하마을을 미리 방문했던 이 여사는 “권양숙 여사가 외로우신거 같더라. 그리고 많이 수척해 지셨다”고 걱정했다. 유 후보는 “1주기를 치르셨으니 좀 나아지시지 않겠느냐”면서 이 여사의 봉하 방문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천안함 사건 두달 만에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가 나온 이날. 유 후보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5∼10%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었다. 야권 단일화의 파급효과가 한계점에 이른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유 후보는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트렌드”라며 “지난 한달간 저는 상승하는 추세였고, 상대 후보는 정체 내지 하락이었다.(중략)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전통 야권, 신진 야권, 진보 정당 지지층을 통합해 내는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 여사 예방 말미에 “노 전 대통령은 ‘깨어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셨고,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 되라’고 하셨다. 남은 사람들이 각자 깨어서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서거했지만 그들의 마음이 국민 속에 대신 남았다고 표현했다. 유 후보는 이 말을 남기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공사가 한창인 경기 여주 남한강변 신륵사 앞으로 향했다.

다음은 본보와의 일문일답.

-이 여사를 예방한 소감은.

“저한테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적 아버지다. 김대중 대통령은 큰아버지다. 그러니까 큰집에 와서 큰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안계시지만, 큰어머니께 인사드리고 격려도 받고 한 거다.”

-아침 조간신문 여론조사를 보니 격차가 좀 벌어진 것으로 나왔다.

“전 아직 못봤다.”

-정체된 지지율은 천안함 여파일까? 아님 단일화 효과가 사라져 가는 것일까?

“데이터를 정밀하게 봐야 답할 수 있다. 그런데 지지율이란게 조사하는 요일에 따라 다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다. 저는 한달간 상승하는 추세였다. 김문수 후보는 정체 내지 하락이었다. 그런 추세가 변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전통 야권, 신진 야권, 진보 정당 지지층을 통합 해내는 노력을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으로 본다.

-결과를 낙관하는 것인가.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 후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겠다. 그것이 처음부터 생각이었다. 우리가 유권자에게 드리고 싶은 약속과 비전을 최대한 말씀드리고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넥타이가 전통의 노란색에서 조금 엷어 졌다. 일부러 매신 건가.

“제가 노란색이 원래 기본인데, 어떨 때는 주황색, 어떨 때는 연두색이다. 이제 제가 야권 통합 후보니까, 넥타이 색깔도 야당 연합 이런 것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쪽으로 합니다. 눈치 채셨네. 허허.”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와의 단일화 전망은?

“드러내 놓고 자꾸 말씀드리면 심 후보 쪽에 대한 결례다. 조용히 대화하고 있다.”

-오늘 이 여사 예방의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불안감을 느끼고, 국정이나 도정 운영에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모든 유권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에서 봉화마을, 김대중 도서관, 또 광주 등을 방문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세력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하셔서 민주정부 10년을 연 대통령이다. 민주 진영으로서는 첫번째 대통령이다. 그런 김 대통령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을 전해드리고, 이희호 여사님의 격려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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