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기자의 오프더레코드] 아내 심은하 업고 정치 안한다던 지상욱 후보, 결혼사진 왜 공개?

[김현섭 기자의 오프더레코드] 아내 심은하 업고 정치 안한다던 지상욱 후보, 결혼사진 왜 공개?

기사승인 2010-05-27 15:08:00

[쿠키 정치] 점심식사를 마치고 들어와보니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시장 후보와 그의 아내인 전 연기자 심은하씨 부부가 나란히 검색어 1, 2위를 차지하고 있더군요.

‘혹시 무슨 일 생겼나’ 싶어 검색해보니 지 후보가 한 무가지 광고에 아내와의 5년전 결혼사진을 공개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단순히 결혼사진 ‘깜짝 공개’라며 공장에서 찍어낸 듯 비슷하더군요. 그런데 사실 전 정치부에 근무해 본 적도 없고 정치나 정치인에 대해 그리 아는 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을 보자마자 눈살부터 찌푸려졌습니다.

지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약 2개월전 그를 직접 인터뷰했던 타 부서 기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인터뷰에서는 지 후보와 이회창 대표와의 인연, 그의 정치철학, 아내 심은하씨와의 만남과 사랑 등에 대해 다양한 대화가 오고갔고,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조금 지나서 들은 이야기지만 인터뷰가 나가자마자 지상욱 후보가 인터뷰를 했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보좌관이나 비서관을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했다고 하네요.

이유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으니 최대한 축소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기자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수차례 전화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당시 그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연기자 심은하씨의 결혼소식은 세간에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그가 대중의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 역시 심은하와의 결혼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지 후보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정책비전, 건축전문가로서의 역량 등을 더욱 부각시켜주길 바랐습니다. 독자들이 ‘아내의 유명세를 등에 업고 정치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겠다는 게 요구의 전체적 맥락이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2개월 전 ‘아내를 등에 업고 정치하지 않겠다’던 지 후보가 난데없이 선거광고에 아내와의 결혼사진을 게재했습니다. 물론 정확한 속사정이야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가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사에서 아내 이야기가 일부 들어가있는 것 조차 오해를 살지 모른다며 줄여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댔던 지 후보가 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불쑥 아내와의 사진을 선거 광고에 싣는 모습은 사진 속 분위기처럼 훈훈하게 다가오진 않습니다.

여기서 최근 한 언론사가 공개한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 지 후보의 지지율이 1%도 채 안 될 정도로 낮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너무 비약일까요? 사진 속 한복을 입고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서울시장 선거 판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지켜볼 일 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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