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IT]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전화 업체 ‘스카이프’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1일 이동통신사 3G망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아이폰용 스카이프 2.0’ 버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제한된 와이파이(Wi-Fi)존을 벗어나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이동하면서도 ‘무료통화’가 가능해졌다. 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소량의 데이터만으로 저렴하게 전화를 걸 수 있고, 이용자끼리는 통화료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화제를 모으며 국내 종합일간지·지상파 방송국 뉴스 등 거의 전 언론에서 “무료통화 시대가 열렸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기술을 이미 수년전 국내 한 젊은 연구원이 개발해 특허 등록까지 했던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는 현재 국내에서 스카이프 서비스를 운영 중인 ‘옥션 스카이프’를 상대로 특허침해 분쟁을 준비 중이다.
주인공은 현재 정보통신 관련 중소기업 D사에서 기술연구소 부장으로 근무 중인 이희석(38·사진)씨. 그는 30세이던 지난 2002년 모바일 인터넷전화 기술을 개발했다. 대중에게 인터넷전화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이씨는 “완전히 (모바일 인터넷전화 기술 개발에) 미쳐 살았었다”고 말했다. 다니던 회사에서 무선인터넷을 통해 항공사 예약시스템 개발을 담당했던 것이 이 기술을 구상하게 된 동기였다. 결국 당시 기준으로 기본료 5000원, 10초 통화료 2원 등 파격적인 요금모델을 만들어냈다.
사업제안을 위해 이곳 저곳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현재 스카이프와 손을 잡고 아예 ‘스카이프 요금제’를 만든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처럼, 사용자의 요금부담을 크게 덜어주면서 장기적으로 대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그는 그때 이미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열정 하나만으로 무장한 젊다못해 어린 연구원에게 현실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는 “이동통신 회사에서 담당 부서 관계자를 만났더니 ‘네 제안이 좋은 건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걸 사업화하면) 우리 회사 문 닫으라는 얘기’라며 거절했다”며 “하다못해 ‘회장님이 허락해도 우리가 막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번에는 이동통신 회사가 아닌 다른 대기업을 찾아갔다. 그들에게 이씨의 제안은 신규사업이었다. 이번에는 희망이 보였다.
“검토해보겠다며 한 2개월 정도를 끌었어요. 법무팀에서 (이 특허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연락까지 받았죠. 그런데 내부 문제로 그냥 흐지부지됐어요.”
그는 국가의 정책적 도움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인을 통해 당시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를 어렵게 만났다. 하지만 정통부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상처만 한 번 더 받을 뿐이었다.
“‘이통사 로비’가 너무 심해서 힘들다.”
여기서 “그런 의미일 것이라고 추측해서 가공한 것이냐, 정말 그렇게 얘기했느냐”고 되묻자 “정말 딱 들은대로 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인터넷전화 접속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무선데이터 이용이 늘어나고 관련산업 발전으로 이어진다”며 “대기업들이 바로 눈 앞의 통화료 이익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 결과 현재 해외와 국내의 인터넷전화 기술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며 아쉬워했다.
“시기가 문제라면 데이터통화가 중심이 될 날이 언젠가는 온다고 믿고 기다렸어요.”
이렇게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어느날 스카이프란 회사가 나타나 국내에서 PC, 아이팟 등을 통해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스카이프를 찾아가 “이동통신사의 3G망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내가 가지고 있다”며 특허를 보여주며 사업제안을 했다.
“관계자가 ‘어, 이런게 있었느냐’며 룩셈부르크 본사를 왔다갔다 거리더니 한 3개월 동안 별 대답이 없었어요. 그렇게 그냥 또 흐지부지되고 말았죠.”
그런데 몇 개월 후 스카이프 국내 사이트에서 ‘3G망에서도 스카이프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광고 문구를 발견했다. 자신의 특허를 보여주면서 제안했을 때는 별 말이 없더니 아예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이에 그는 즉각 옥션 스카이프에 특허권 침해에 대한 부당함과 중지를 알리는 내용증명서를 발송했다. 약 한달 후(5월 11일) 이베이옥션 박주만 대표이사 명의로 회신이 도착했다. ‘우리는 스카이프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배포 및 이용권 판매, 홍보 등 업무만을 하고 있다. 구체적 기술 내용을 알지 못하므로 스카이프의 회신을 기다려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답변은 오지 않고 있다.
그는 “해당 기술의 배포, 판매 등을 통해 돈을 벌고 있으면서 우리가 개발을 한 것은 아니니 상관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모바일 인터넷전화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에 계류돼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별정통신사업자가 기간통신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해당 설비를 보유한 통신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토록 했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씨는 “나라에서 특허를 내준 기술을 나라에서 불법으로 규정하는 꼴”이라며 “특허는 내줘 놓고 이게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그런 와중에 외국회사(스카이프)는 버젓이 들어와 사업을 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명백한 특허침해 행위라는 결론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특허 분쟁에 대해 싸우려는 뜻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큰 회사에 돈을 받아내려 하거나, 국내시장에서 무조건 사업을 못하게 하려는 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무료통화 시대가 열렸다며 열광하는 이면에 이런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꼭 알리고 싶을 뿐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