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집단괴롭힘에 학교서 추락”…학교는 ‘쉬쉬’에 급급

“중학생, 집단괴롭힘에 학교서 추락”…학교는 ‘쉬쉬’에 급급

기사승인 2010-06-17 19:37:00
[쿠키 사회] 중학생이 집단괴롭힘을 당한 끝에 학교 4층 난간에서 추락한 사건이 발생, 인터넷이 시끌시끌하다. 해당 학교는 집단괴롭힘 사실을 알고도 교육청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데다 아직까지 가해학생들조차 찾아내지 못해 사건 축소의혹이 일고 있다.

인터넷 아이디 ‘yy122’는 16일 오후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게시판에 ‘남동생이 학교 4층에서 추락했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강원도 소재 S중학교 2학년생인 남동생 조모(14)군이 지난 14일 학교 4층 난간에서 누군가 숨긴 가방을 집으려다 떨어져 위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동생이 지난해부터 또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그동안 필통이나 신발을 수차례 분실했다고도 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9일 누군가 조군의 가방을 숨기면서 시작됐다. 조군 가족은 가방을 결국 찾지 못하자 14일 새 가방을 들고 등교하도록 했다. 조군은 그러나 또다시 누군가 새 가방을 숨기자 이를 되찾으려다 변을 당했다.

4층에서 추락한 조군은 양팔과 턱뼈, 가슴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파열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장기파열이 특히 심각해 조군은 수술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글쓴이는 “동생은 지난해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해왔다. 동생에게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냐고 물어보면 죽고싶다고 한 적도 있다”며 “학교에서는 아직 가방을 누가 난간에 놓았는지 못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주동자를 못찾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글쓴이는 가방을 숨긴 학생이 사과해오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는 “가방을 난간에 놓은 학생이 죄송하다고 말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학교측에서는 (주동자를) 찾고 있다는 말만 반복할 뿐 어떤 해답도 주지 않고 있어 답답하고 괴롭다”고 호소했다.

네티즌들은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분노하며 주동자가 잡히길 바라고 있다. 글은 오른지 하룻만에 7000여건에 이르는 조횟수와 200여건을 넘는 추천수를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S학교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모두 사실이며 우리도 누가 조군을 괴롭혔는지 찾고 있다”면서도 “의심이 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건 발생 직후 경찰과 함께 조사했지만 모두 아니라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전 같으면 가해학생들이 벌벌 떨며 잘못을 빌었을텐데, 이젠 학생들이 양심조차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속초경찰서 담당자도 “사건이 위중해서 우리가 직접 의심 가는 학생들을 조사했지만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며 “현재로선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입을 열기 전에는 주동자를 밝히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학교는 강원도교육청에 이번 사건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교육청 담당자는 “사건 발생일 학생이 난간에서 떨어졌다고만 전달받았을 뿐 누군가 숨긴 가방을 찾으려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금시초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릉 A병원에 입원해있는 조군은 다행히 의식을 찾았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호전돼 조만간 수술을 받게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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