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돼버린 '실패한 음악가', 15억원 뜯다 덜미

사기꾼 돼버린 '실패한 음악가', 15억원 뜯다 덜미

기사승인 2010-07-15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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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박모(37)씨는 8년전까지 오스트리아 수도 빈의 국립음악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하던 클래식 음악도였다. 6년동안 부모로부터 2억원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하고싶던 음악 공부에 매진했다. 그는 음악을 꼭 전공하겠다며 지방의 한 대학을 중퇴하고 1997년 3월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났던 것이다.

6년간의 유학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의사소통에 필수적인 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했고, 집안의 도움도 풍족하지 않았다. 궁핍했고 수업도 따라가기 힘들었다. 졸업장은 받지 못했다.

2002년 박씨는 귀국했다.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졸업장도 자격증도 없어 음대 강의는 꿈도 꾸지 못했다. 대구에서 피아노와 트럼펫 등 악기 레슨을 시작했다. 큰 돈을 벌 수 없자 공연기획사를 차렸지만 빚만 늘었다.

2007년엔 직원 4~5명의 월급도 주지 못하자 결혼을 약속했던 이모(34)씨 집에도 손을 벌렸다. 그는 "유학생활동안 카지노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수익금을 반입하는데 경비가 필요하다"는 거짓말로 돈을 뜯어냈다. 한국은행 경북본부장 명의로 된 2382억원 상당의 지급확인서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박씨가 이씨 가족으로부터 뜯어낸 돈은 259차례 15억여원이나 됐다.

이씨 가족이 의심하면 박씨는 약혼녀 이씨와 함께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수개월씩 보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할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댔다.

박씨는 다른 사람한테도 사기를 쳤다. 이씨가 소개해준 유모(50)씨에게 "아들을 서울대 특별전형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3000만원을 챙겼다. 유씨 조카를 서울의 한 사립대 체육학과에 입학시켜 주겠다며 1500만원도 가로챘다.

그의 사기행각은 기다려도 아무런 입학은 커녕 면접조차 치르지 못한 아들과 조카때문에 상심한 유씨의 신고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수사에 나선 서울 중부경찰서는 박씨가 말한 오스트리아 음대 졸업장을 확인한 결과, 조사결과 학위를 따지 못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 가족에게 받은 돈은 변제 능력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박씨에게 돈을 주느라 이씨 가족은 3~4채의 집과 땅을 소유한 자산가 집안에서 월셋집을 전전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씨는 다니던 직장에서도 쫓겨났다.



박씨는 오스트리아 유학당시 여자 유학생과 결혼했다 이혼한 전력도 드러났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박씨를 사기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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