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

지소연,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

기사승인 2010-07-27 15:01:00
[쿠키 스포츠] 2008년 11월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청소년월드컵 8강 미국전. 당시 한국 대표팀은 세계 최강 미국에 2대 4로 패하며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나이지리아, 브라질, 잉글랜드 등 강팀들이 즐비한 조별 예선에서 1위로 8강에 진출한 것이어서 4강 진출 실패의 아쉬움이 컸다.

당시 경기장에서 패배의 아픔을 삭이던 선수 중에는 대표팀 주장이었던 지소연(19·한양여대)도 있었다. 지소연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진 사실보다 주눅이 들어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것이 속상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당시의 아픔은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팀이 기록한 11골 중 6골을 기록하며 4강에 진출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지소연이 축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문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소연은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공을 차던 모습이 이문초등학교 축구팀 관계자의 눈에 들어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이문초등학교 김광열 감독은 또래 남자아이들보다도 공을 잘 차던 지소연을 베스트 11에 고정시켰다. 지소연의 어머니 김애리(43)씨는 “짧은 머리로 남자아이들 속에서 공을 차고 있으니까 축구팀에서 남자 아이로 보고 축구하라고 제안이 왔다”며 “소연이도 하고 싶다고 하고 해서 시키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오주중학교로 진학해 현재 U-20 여자월드컵 대표팀 감독인 최인철 감독과 만나게 된다. 오주중학교는 지소연의 활약으로 60연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동산정보산업고로 진학한 지소연은 만 15세 8개월인 고등학교 1학년 때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데 이어 만 15세 293일로 최연소 골까지 기록하게 된다.

지소연 선수의 화려한 축구 이력과 달리 그녀의 가정 형편은 좋지 못했다. 여자 아이가 축구를 한다는 아버지의 반대도 심했고, 넉넉지 못한 살림에 운동비용도 부담이었다. 어머니의 자궁암 판정과 이어진 부모의 이혼 등 잇따른 불행도 어린 지소연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딸의 축구 선수 생활을 힘닿는 데까지 지원했다. 현재도 기초생활수급자로 전세 임대 주택에 살고 있을 정도로 살림이 넉넉지 못했지만 항상 딸의 뒷바라지를 우선 생각했다. 어머니의 뒷바라지 덕분인지 지소연 선수는 구김살 없는 선수로 자랐다.

김씨는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겉으로는 늘 활달한 딸”이라며 “동생에게도 등록금은 누나가 해결해줄 테니 너는 꼭 대학에 들어가라고 조언할 정도로 속도 깊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중인 요즘에도 시합 전에는 꼭 어머니에게 전화를 한다는 지소연의 꿈은 월드컵 우승이다. 김씨는 “소연이는 늘 여자축구가 남자축구에 비해 관심이 덜 한 것을 아쉬워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꼭 우승해 여자축구도 잘 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자주 말해왔다”고 전했다.

축구 실력이 좋으면 우쭐댈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고 실력에 맞는 인성도 갖췄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한양여대에서 지소연을 지도하고 있는 이상엽 감독은 “가정환경이 좋지 못함에도 전혀 구김살이 없고 활달한 선수다”며 “후배들과도 사이가 좋고 자신이 축구를 잘 한다고 잘난 체하거나 하지 않는 겸손한 선수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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